전국 지역 농협 통해 3만여대 투입
기계·작업자 포함해 농사 대행
지난 4월 중순 찾아간 충남 보령시 남포면의 한 논.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채우기 전 농기계로 땅을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농기계를 모는 운전자가 이 논 주인이 아니라고 한다. 농기계 역시 논 주인 소유가 아니다. 농협 농기계은행 사업을 통해 지원 받은 기계와 농작업 대행 작업자다. 김석규 남포농협 조합장(71)은 “20ha(헥타르) 농지를 가진 고령의 농민이 비싼 농기계를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농기계뿐 아니라 작업자도 포함
농촌의 인구 소멸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농협의 ‘농기계은행’ 사업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는 대당 수천에서 수억원으로 가격 부담이 높지만 1년 중 사용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농기계 구입은 농가 부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농작업을 대행하는 농협의 농기계은행은 농기계 마련에 대한 압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농기계은행은 농가에서 원하면 농기계뿐 아니라 운전자 등 인력까지 포함해 농작업을 대행한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이 농기계와 운전자를 함께 보내 농작업을 대행하는 ‘직영사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농협에 따르면 전체 농가의 약 30%가 소규모 농가다. 이들은 농기계를 직접 갖는 것보다 농기계은행을 통한 농작업 대행이 훨씬 유리하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완전 위탁을 할 경우 소득이 17.6% 증가하고, 농기계를 임대할 때 운영 비용이 직접 소유할 때보다 54.1%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농협은 현재 전국 616개 지역농협을 통해 총 2만9800여대의 농기계를 투입해 농기계은행 사업을 하고 있다. 수혜 농가는 12만1000호, 대상 농업 면적은 127만9000ha에 이른다. 이를 위해 농협이 올해 투입하는 무이자자금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찾아간 충남 보령시 남포농협은 농기계은행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남포농협은 2025년 12월 기준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2370대의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김석규 조합장은 “2012년 농기계은행 사업에 참여한 후 14년간 달성한 조합원들의 영농비 절감 효과가 55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농기계 구매비와 유지비 절감액이 41억원, 농기계 임대 이자 감면액이 14억원이다. 김 조합장은 “1ha 농사를 지으려면 평균 500만원이 드는데, 농기계 관련 비용이 35%를 차지한다”며 “농기계은행 사업을 통해 그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직영사업 확대해 인구 소멸 대응
농협은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농작업 대행단’을 꾸려 이들이 농작업을 대신하는 직영사업 비중을 공격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작년 직영사업 실적은 62만5000ha로 1년 전보다 10.4% 증가했다. 참여 지역농협은 270개로 22% 급증했다. 농협은 직영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농협별로 ‘농작업 대행단’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농협 직원과 귀농·귀촌농, 청년 창업농 등 농업인이 함께 의뢰를 받아 전문적으로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조직이다.

남포농협의 경우 ‘365 영농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농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35명의 인력이 고령농, 여성 농업인, 은퇴농, 다문화 가정 등의 농사를 대행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남포면의 인구 소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농작업 대행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영농지원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어 조합원과 영농지원단 양쪽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농협은 올해 직영사업 참여 농협을 300개로, 농작업 면적을 67만ha로 늘릴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기존 농기계에 지게차·굴착기 등을 추가해 다양한 농작업을 지원하고, 참여 농협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 제공, 농기계 운전자 전문교육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며 “직영사업 중심으로 농작업 대행을 혁신해 인력 부족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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