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인 ‘암 후유증’, 치료 후에도 경계해야… 연세의대 이혁희 전문의 [인터뷰]
[하이닥이 만난 올해의 의사]에서는 한국 의과학 연구 분야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한 의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인터뷰] 내과 전문의 이혁희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사
| 암 치료 후 생존율 점점 높아져... 각종 후유증 예방에 힘써야
| 대표적인 후유증 심혈관 질환, 흡연 여부와 관련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1%다. 5년 상대생존율이란 암 환자가 발병 후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일반인의 생존 확률과 비교한 것이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넘게 생존한다는 뜻이다. 의료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암 완치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치료 후 암의 재발뿐 아니라 각종 후유증 및 2차 질환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인 이혁희 전문의(내과, 예방의학교실 강사)에게 암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심혈관 질환 등 각종 2차 질환 예방법에 대해 물었다.
Q. 예방의학의 목적과 의의가 궁금합니다.
저는 예방의학 중에서도 역학(Epidemiology)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구 집단에서의 건강 및 질병 분포와 패턴, 그리고 결정요인을 탐구해 질병 예방에 기여하는 학문인데요. 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넓힘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우리가 당면한 보건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암 생존자의 후유증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셨습니다. 특히 심혈관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요.
암 치료법이 지속 발전하면서 생존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경계할 것은 완치 판정 이후 ‘2차 질환’, 즉 후유증을 겪는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심혈관 질환인데요. 항암제, 방사선 등 암 치료가 심혈관에 끼치는 악영향을 비롯해 고혈압, 비만 등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암 생존자들의 사후 관리는 재발 또는 2차 암 발생 예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도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Q. 암 진단 전후 흡연 습관이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끼친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암을 진단받으면 다들 담배를 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의 흡연자들이 암 진단 후에도 금연에 실패합니다. 심지어는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이 암 진단 후 흡연을 시작하거나, 끊었다 다시 피우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한국인의 암 진단 전후 흡연 습관 변화의 패턴과 그에 따른 심혈관 위험도>를 연구했습니다. 약 30만 명의 암 생존자들을 조사했는데요. 암 진단 전 흡연자였던 54,216명 중 절반 이상(31,121)이 진단 후 금연했고, 이 경우 진단 후에도 계속해서 흡연한 사례 대비 심혈관 위험도가 약 36%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암 진단 전 비흡연자였던 25만여 명 중 약 2%가 진단 후 흡연을 시작했는데요. 이 경우에서는 암 진단 후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약 50%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암 진단 후 금연 대신 흡연량을 절반 이상 줄인 사례도 있었는데, 심혈관 위험도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Q. 암 생존자가 주의해야 할 2차 질환이 또 있을까요?
최근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뿐 아니라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암의 재발을 막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이러한 질환들에 대해서도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Q.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 관련 연구도 지속하고 계신다고요.
운 좋게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님들과 협업해 치료 관련 디바이스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중증 심인성 쇼크 환자에서 에크모(체외막형산소화요법) 삽입까지의 시간을 줄일수록 30일 생존율이 개선된다는 연구가 대표적이고요. 말초혈관질환 환자에서 기존의 풍선혈관성형술 및 금속 스텐트 시술에 비해 약물코팅풍선 및 약물용출스텐트 치료의 임상 성적이 더 좋았다는 연구도 수행한 바 있습니다.
Q. 최근 학술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수상하셨습니다. 연구 성과 덕분이었을 듯한데요.
감사하게도 각종 교내상, 학회상과 더불어 젊은 의학자 논문상(서울특별시의사회), 대웅학술상까지 연이어 수상했습니다. 임상적 중요도가 높지만 지금까지 많이 연구되지 않았던 주제들을 꾸준히 살펴온 점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향후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심혈관 질환 외에도 앞서 말씀드린 치매 등 암 생존자가 주의해야 하는 2차 질환의 예방 관련한 부분을 살펴보려 합니다. 또한 젊은 성인들의 심혈관 건강 증진, 만성콩팥병 또는 지방간 등 심혈관 고위험군에서의 질병 예방,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심혈관 질환 정밀 예측 등의 연구도 앞으로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Q. 예방의학과 의사로서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예방이 최선의 치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납득할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상 지키기는 쉽지 않은데요. 치료와 다르게 예방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금연, 절주, 꾸준한 운동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미래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습관화해 따로 의식하지 않고도 건강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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