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뒤집어쓴 남성, 피투성이 여성 끌고…온정을 살해로 갚은 사이코패스[뉴스속오늘]

2019년 10월 17일. 직장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정모씨의 선고기일이었다. 앞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결과는 무기징역.

이날 재판부는 정씨에게 △40시간 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복지시설 등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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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전과 2범 정씨…출소 7개월 만에 저지른 끔찍한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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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9년 5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자정쯤 정씨는 그의 자택에서 직장 선배 A씨와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그는 술을 마시던 중 A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술병으로 폭행했다. 이후 정씨는 지쳐 쓰러진 A씨가 잠들자 오전 5시 50분쯤 A씨의 약혼녀 B씨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그는 현관문을 두들기며 "A씨가 큰일을 당했다. 문을 열어달라"라고 말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돌변한 정씨는 B씨를 덮쳤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잠시 정신을 잃은 B씨는 끝까지 저항하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6층에서 떨어졌다. 조사 결과 1층 화단으로 떨어진 B씨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존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씨의 극악무도한 범행은 계속됐다. 그는 B씨 집에 있던 A씨의 옷으로 갈아입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뒤 1층으로 내려가 피투성이가 된 B씨를 질질 끌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영상엔 생명이 위독했지만 생존한 상태였던 B씨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집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앞선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러 총 10년을 복역, 출소 이후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행 전과자였다. 출소한 지 고작 7개월 만에 다시 벌인 끔찍한 범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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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무도 살인마, 사형 시켜달라"…유족의 마지막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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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시신은 2019년 5월 27일 오후 4시쯤 그의 유족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인근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추적한 지 2시간 만에 순천의 한 원룸에 숨어 있는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정씨에게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B씨 사인이 '경부압박질식사'였다는 점이 확인돼 혐의를 강간살인으로 바꿨다.

형법 제301조의 2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가 사람을 살해할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자신을 B씨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우리 딸을 성폭행한 후 잔인하게 죽인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사형시켜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딸은 학원 영어 교사를 하면서 바르게 살아왔다. 친지들도 세상에 둘도 없는 효녀라고 칭찬했던 딸이었다. 이런 우리 딸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악마는 화단에 떨어져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찢어져 피가 흐르는 우리 딸을 끌고 다시 아파트로 들어와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 살인마를 살려두면 언젠간 우리 주변 예쁜 딸들이 살인 당할지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전과를 알고도 온정을 베푼 피해자들에게 잔혹하고 비정한 범죄를 저지른 죄책이 무겁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도 개전의 정이 부족해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 판시하며 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정씨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20일에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기각하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훗날 정씨 사이코패스 점수가 알려졌는데, 40점 만점에 29점이었다. 또래 여성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28점)이나, 아내와 장모 등 10명을 죽인 강호순(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보다 더 높았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