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에서 전력 인프라로...500兆 'ETF 시장' 판도 바뀐다

[파이낸셜뉴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400조원을 넘기면서 자산운용업계도 산업 트렌드를 빠르게 시장에 반영하고 있다.
26일 파이낸셜뉴스가 올해 상장한 ETF 65개를 분석한 결과, AI 테마는 14개(21.5%)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장한 172개 ETF 중 22개(12.7%)가 AI 테마인 것과 비교하면 AI의 비중이 더 높아진 셈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도 파악됐다. 지난해 상장한 ETF의 경우, 양자컴퓨팅(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 등), AI 소프트웨어(KODEX 미국AI소프트웨어TOP10 등), AI 에이전트(PLUS 미국AI에이전트) 등의 테마가 주류를 이뤘다. 'AI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AI를 가동시키기 위한 인프라'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반도체(KoAct 글로벌AI메모리반도체액티브, FOCUS AI반도체위클리고정커버드콜 등)와 전력 인프라(RISE 미국AI전력인프라액티브,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 등) 등이 상장의 주류를 이뤘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가 단순 성장 산업을 넘어 향후 글로벌 사모신용 시장의 새로운 핵심 자산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한 AI 로봇의 투자 방향도 진화했다. 지난해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등 글로벌 로봇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많이 상장했다면, 올해는 '피지컬 AI'(KoAct 미국로봇피지컬AI액티브,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등)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한국기업(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 HANARO K휴머노이드, ACE K휴머노이드TOP2+)으로 확산됐다. 지난해가 '미국·중국 휴머노이드'에 투자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K-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로 투자할 수 있는 해가 됐다.
초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국내 증시를 빠르게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지난해까지 특정 테마의 상위 10개주(TOP10)를 담는 ETF가 주류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 숫자가 극단적으로 줄었다. 상위 2~4개주(TOP 2~4)가 중심이 되는 ETF가 새로운 표준이 됐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KODEX 미국AI반도체TOP3플러스, ACE K휴머노이드로봇산업TOP2+ HANARO 미국AI메모리반도체TOP4+ 등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SK하이닉스·삼성전자 같은 초대형주 의존도가 한층 강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금시장을 겨냥한 채권혼합형 ETF 상장도 줄을 이뤘다. 지난해에도 채권혼합형 ETF가 있었지만, 올해는 구조가 더 정교해지고 한국화됐다. RISE·KODEX·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 조합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됐고, 1Q 200채권혼합50액티브,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 PLUS 은채권혼합 등 기초자산을 다변화한 '50대 50' 시리즈가 9개나 등장했다. 총보수도 0.01~0.07%로 극단적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 확대와 위험자산 70% 한도 규제를 정밀하게 겨냥한 상품 전략들이다. 특히, 퇴직연금 자금을 잡기 위해 운용사들이 '개별 종목 베팅 + 채권 안전판'이라는 해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채권혼합형 ETF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며 "위험자산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적인 위험자산 노출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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