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인 수익용 재산 늘었는데… 충청권 사립대 못 웃는 이유

올해 4월 기준 33곳 평균 24억원 증가
실수익 적어 학교운영 경비 부담 저조
학생수 감소, 재산보유율 상승에 영향

충청권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증감 현황(2024년~2023년). 그래픽=김연아 기자.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대다.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대학의 핵심 고객인 수험생이 부족해지고 있다. 인재 양성의 요람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자구책도 필수적이다.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의 총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수익 재산을 통해 대학에 내려오는 재원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충청투데이는 지난달 31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충청권 일반 사립대 33곳을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현황을 분석했다. <편집자 주>

◆사학법인 수익용 재산 24억원 늘 때 대학 부담금 증가는 6000만원뿐

수익용 기본재산은 교지, 교사, 교원과 함께 사학법인이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갖춰야 할 4대 요건 중 하나다.

토지, 건물, 주식, 정기예금, 금전신탁, 국채·공채, 기타 교육부 장관이 인정한 것 등이 수익용 기본재산에 해당한다.

충청권 일반 사립대 33곳을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총액은 지난 4월 기준 2조 5882억원(천만 자리에서 반올림)으로 전년 동월(2조 5088억원) 대비 793억원 증가했다.

이를 대학당으로 환산하면 같은기간 760억 2477만원에서 784억 2919만원으로 평균 24억 442만원이 많아진 셈이다.

수익용 재산이 커진 만큼 사학법인이 대학에 내리는 부담금도 늘긴 했지만, 그 양이 미미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충청권 대학의 사학법인들이 올해 수익용 재산에서 발생한 실수익으로 대학에 지원한 부담금은 전체 수익용 재산의 1.5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의 학교운영 경비 부담액 총액은 지난 4월 기준 404억 546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달(384억 1328만원)보다 20억 4139만원 많았다.

대학 1곳당 평균적으로 11억 6403만원에서 12억 2590만원으로 6186만원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충청권 학교법인 10곳, 수익용 재산 늘었지만 실수익은 감소

충청권 사립대를 운영하는 사학법인 3곳 중 1곳은 올해 수익용 기본재산이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재산에 따른 실수익은 거꾸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국대학교(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금강학원(유원대) △나사렛학원(나사렛대) △동은학원(순천향대) △배재학당(배재대) △을지학원(을지대) △일현학원(극동대) △혜전학원(청운대) △청석학원(청주대) △함주학원(한서대) 등 10개 대학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사학법인은 수익용 재산의 수익금이 감소하자 대학에 내리는 학교운영 경비 부담액을 줄였으며, 특히 을지학원과 청석학원은 아예 부담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또 중부대를 운영하는 중부학원은 지난해 174억원, 올해 206억원의 수익용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은 0원이면서 2년 연속 대학 부담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양교육재단(건양대, 건양사이버대), 대전기독학원(한남대), 대전신학대(대전신학대), 백석대(백석대), 한국침례신학원(한국침례신학대)이 수익용 재산은 줄었지만, 재산의 실수익과 대학 부담금을 높인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서원대의 서원학원은 올해 수익용 재산이 지난해보다 3억 2588만원, 실수익도 7954만원 늘었지만, 부담금을 오히려 4903만원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서울대의 성암학원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수익용 재산에서 발생한 실수익이 1억 112만원 증가했지만, 대학 부담금은 2억 8000만원 감소한 것으로 공시됐다.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증가에도 대학에 투입하는 학교운영 경비 부담금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토지 중심의 재산 구성에 있다.

토지는 지가 상승으로 재산 형성에는 크게 기여하지만, 통상 매매나 임대가 아니면 직접적인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재정알리미에 따르면 2022년 충청권 사학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의 평가액 중 토지가 65.4%나 차지했던 반면, 수익률은 고작 0.48%에 불과했다.

충청권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변동 평균값. 그래픽=김연아 기자.

◆수익용 재산 보유율 상승?… 학생 줄었기 때문

결과적으로 사학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꾸준히 쌓이고 있다.

충청권 일반 사립대 33곳을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올해 수익용 재산 보유율 평균은 지난 4월 기준 113%로 지난해 같은달(101%)보다 12%p 증가했다.

수익용 재산 보유율이 상승했다고 대학과 사학법인의 사정이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익용 재산의 증가가 실제 수익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수익용 재산 보유율은 대학 재정의 주요 축인 학생 수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수익용 재산 보유율을 계산할 때 분모 역할을 하는 확보기준액은 대학의 등록금 및 수강료 총액으로 산출한다.

올해 충청권 일반 사립대 33곳 중 나사렛대와 한국기술교육대를 제외한 무려 31(94%)곳이 수익용 재산의 확보기준액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대학의 재정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은 정부 지원으로 가능해도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강료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내리기 쉽지 않다.

즉 지역 사립대의 확보기준액 감소는 재학생이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하기 충분하다. 그만큼 대학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꽃동네대, 한서대 53배 차… 수익용 재산 보유율 양극화 심각

지가 상승의 수익용 기본재산의 증가는 사학법인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다.

충청권 내에서도 오히려 33개 일반 사립대를 운영하는 사학법인 중 과반이 넘는 20개(60.6%) 법인이 수익용 재산 보유율을 100% 미만인 상황이다.

수익용 재산 보유율이 50% 아래인 사학법인도 11곳(35.5%), 심지어 10%대인 곳도 3곳(9.7%)에 달하는 실정이다.

사학법인, 대학별 수익용 재산의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충청권에서도 보유율이 최대 53.4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톨릭꽃동네대룰 운영하는 꽃동네현도학원의 수익용 재산 보유율은 지난 4월 기준 640.8%에 달한 반면, 한서대의 함주학원은 12%에 불과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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