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유치원 보내고 병원 가고… '반려식물'이라 불러주세요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식물이 단순한 인테리어용 소품이나 취미가 아닌 하나의 '반려'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특히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 미디어에 반려식물로 소개되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그 결과 Z세대를 중심으로 식물을 반려동물처럼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며 키우는 '식집사'가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 식물을 키워보려 했다는 이모씨(여·23)도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자주 나가지 못하니 적적해 방울토마토를 키워볼까 했는데 싹이 나지 않아 흥미를 잃었다"며 "관리하기 쉽고 잘 자라는 식물이 있다면 다시 한번 키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초보 식집사들도 반려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유치원과 병원이 있다. 머니S가 반려식물 유치원과 반려식물 클리닉 센터를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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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처음 키워 보는 '병아리 1·2반'부터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다른 식물 가게도 걱정없이 드나들 수 있는 수준의 '참새반', 당근마켓에서 식물을 데려와도 손색없이 키울 수 있는 '토끼반'으로 나뉜다. 병아리반에서 시작했지만 일취월장해 토끼반까지 진급(?)한 식집사도 많다.
지난 10일 오후 찾은 이곳은 다양한 식물들로 가득차 식물원처럼 보였다. 방호성 대표는 "가드닝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더 어렸을 때부터 식물을 키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젊은 사람들이 가드닝을 많이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영한 느낌으로 브랜드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린하트클럽은 방 대표가 6개월 이상 직접 키워본 후 '손님들도 키울 수 있겠다'고 판단한 식물만 판매한다. '식물에는 귀천이 없다'는 그의 철학 덕에 10만원 미만의 식물만 파는 것도 특징이다.
식물을 구매하면 끝이 아니라 키우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이곳을 찾아 함께 키우자는 의미에서 상호를 '클럽'이라고 지었다고. 그는 방문하는 이들을 고객보다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아픈 식물이 있으면 입원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반려식물을 키우면 좋을까. 방 대표는 "반려식물을 키우면 확실한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며 "자신의 공간 안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삶에 규칙성이 생기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라고 강조했다.
초보 식집사에게 적합한 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그는 "최근 식물을 처음 키우는 분들이 많이 방문해 자주 추천하던 식물들이 지금은 다 팔렸다"고 아쉬워했다. 가게 안 빼곡히 들어찬 식물들을 헤치고 다니며 잠시 고민하던 그는 "필로덴드론류 식물인 플로리다뷰티와 고엘디도 비교적 쉽게 키울수 있다"며 두 식물을 추천했다. 기자에게도 "언제든 식물을 입양하러 오라"고 권하는 걸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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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동대문구 반려식물 클리닉에 방문해 정현주·김지수 반려식물 관리사를 만났다. 이곳을 자주 찾는 방문객의 연령대는 의외로 30대라고.
김 관리사는 "50대 주부가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30대 직장인이 많이 방문한다"고 답했다. 그는 "젊은 직장인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많이 방문하는 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시스템이 활발해지고 식테크 등이 유행하면서 젊은 세대가 홈가드닝을 많이 즐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녀와 함께 식충식물 등 특이한 식물을 키우는 경우도 더러 있고 먹고 난 과일의 씨앗을 심어서 재배방법을 문의하는 사례도 있다. 가장 많이 찾는 사례는 과습·건조라고. 이 경우 관리사의 처방대로 물 주는 양·주기를 조절하기만 해도 식물을 살릴 수 있다.
아직 화상 진료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았지만 매번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오픈채팅과 문자 등으로 원격 진료도 해준다. 정 관리사의 경우 예약이 들어오면 센터에 방문하기 전 사전 통화를 진행하고 사진을 먼저 받아 진단한다. 손상된 식물을 완벽하게 살려내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매번 센터에 방문하기보다는 의뢰인과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미션'을 주는 편이라고. 동대문구 반려식물 클리닉 센터 '밴드'도 운영하는데 간단한 질문은 이곳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
어떨 때 반려식물 병원으로 연계되는지 묻자 정 관리사는 "병해충이 너무 심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 반려식물 병원으로 연계해 주는 편"이라며 "반려식물 클리닉은 재배관리법의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주는 곳이고 반려식물 병원은 보다 해부학적으로 접근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기관이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식물의 상태에 따라 피드백을 주고받는 순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온실 안에서 '이달의 식물'이라는 포인세티아를 만났다. 김 관리사는 "매달 식물 혹은 주제를 정해 일주일에 한번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며 "11월에는 '미리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포인세티아 식재와 관리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반려식물 클리닉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고 싶다면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두 관리사는 "홈가드닝이 새로운 취미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이 늘면서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즐기는 추세"라며 "반려식물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동네 병원을 찾듯 편안한 마음으로 클리닉 센터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윤지영 기자 y2ung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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