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HD현대마린엔진 2대주주로…피티제이호는 ‘엑시트’ 수순
JP모건이 HD현대마린엔진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2대주주에 올라섰다. 기존 2대주주였던 피티제이호의 엑시트 영향으로 풀이된다. JP모건이 취득 목적의 단순투자임을 고려하면 조선업 시장에서 HD현대마린엔진의 성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엔진은 4일 JP모건은 JP모건시큐리티즈PLC(J.P. Morgan Securities PLC) 0.38%, JP모건시큐리티즈 4.67% 등 총 지분율 5.04%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법인이나 개인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다수의 출자자가 회사를 구성하는 유한책임회사(LLC) 특성상 특정인을 2대주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사실상 JP모건이 2대주주의 위치에 올라선 셈이다.
HD현대마린엔진의 전신인 STX중공업은 과거 조선업불황을 겪으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2018년 11월 파인트리파트너스의 유한회사 피티제이호에 인수됐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이 인수하면서 HD현대마린엔진으로 사명을 바꿨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8월 31일 HD현대마린엔진 인수 당시 지분 22.85%와 경영권을 391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유상증자로 신주를 확보해 지분율을 35.05%까지 확대했다. 당시 피티제이호의 남은 지분율은 20.75%였다.
이후 피티제이호는 올해 꾸준히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줄였다. 보고시점 기준으로 지분율은 △2024년 7월 30일 20.75% △8월 20일 15.77% △10월 16일 10.79% △11월 29일 4.98%까지 감소했다.
피티제이호는 11월 29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197만주(5.81%)를 1만9095원에 총 376억원에 매각했으며 같은 날 JP모건이 HD현대마린엔진의 지분 4.67%(158만2500주)를 취득했다. 구체적인 취득 방법은 공시하지 않았지만 JP모건이 피티제이호의 물량 일부를 넘겨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JP모건의 지분취득 목적은 ‘단순투자’로 보유 기간 동안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는다. 최근 조선 업계의 호황으로 국내 조선 업계도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다. JP모건도 HD현대마린엔진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8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도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6.708%까지 확대했다. 다만 JP모건은 지분의 단기 차익실현도 나선다는 점에서 매도 시점은 장담할 수 없다.
HD현대마린엔진은 디젤엔진, LNG가스엔진(이중연료), LPG가스엔진(이중연료) 등 주기 엔진을 생산한다. 주기 엔진은 선박운항을 위한 고출력 추진기로 선박의 핵심 기기다. HD현대마린엔진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박용 저속 엔진의 주요 제조사로 자리잡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조선업황이 회복되면서 선박엔진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선박엔진은 디젤엔진 및 이중연료엔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형 선박을 시작으로 친환경 엔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LNG, LPG 등의 이중연료엔진들이 기존 디젤엔진들을 서서히 대체해 나가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은 선박수주량 및 수주잔량, 생산능력, 생산기술, 연구개발능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선박 발주량 또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수주 점유율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환경규제 강화됨에 따라 고효율,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엔진사업은 LNG, LPG,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하는 이중연료엔진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