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밤길 조심해라”… ‘박대성 살인 보고서’ 준 경찰·공무원

순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씨가 지난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일면식도 없는 10대 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박대성(30)씨의 사건 보고서를 자신들의 가족에게 유출한 경찰과 공무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남경찰청 소속 경감 A씨와 전남 순천시 소속 사무관 B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A씨 등은 경찰 입건 전 조사에서 박씨와 피해자의 실명과 나이, 개인정보 등 개인정보가 담긴 대외유출 금지 공문서인 사건 보고서 외부 유출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등이 사적인 목적으로 박대성씨의 사건 보고서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에게 (묻지마 범죄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밤길 조심하라’ 등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보고서는 이들의 가족이 지인들에게 건네면서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의 신상정보는 지난달 30일 전남경찰청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통해 공개 결정됐었다. A씨 등은 신상정보 공개 결정 전에 자신의 가족들에게 사건보고서를 유출했다.

경찰은 수사와 별개로 A씨 등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 기관에 통보하고 또 다른 사건 보고서 유출자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