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분당재건축·서현동개발 ‘빨간불’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4. 9. 19. 21: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현마이스 사업 지체…9, 10월 예타 재추진 계획 번복
6조2000억 백현마이스 ‘실시계획인가’ 통과가 핵심
‘경제성’ 높이기 무게…2025년 6월 이후 예타 재추진
분당 재건축 등 광역교통 확보 비상…市 “반드시 성사”

경기 성남시가 추진 중인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 사업이 정체된 백현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이벤트) 사업에 발목을 잡히며 내년 6월 이후로 다시 연기됐다. 8호선 판교 연장은 성남 원도심(수정·중원구)과 신도심(분당·판교)을 연결해 두 지역의 경제·사회·정서적 통합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추후 판교∼광주시 오포로 확장하는 8호선 추가 연장은 물론 기준 용적률 315%, 15만5000가구 규모로 불어나는 분당 신도시 재건축에 대비한 광역교통 대책으로 꼽혀 왔다.

19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지역 최대 교통 현안인 8호선 판교 연장은 경제성(B/C, 비용 대비 편익이 1.0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 상향의 벽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용역을 진행해 경제성을 확보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 달쯤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다시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시 내부 사정으로 좌절됐다.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 계획도(2022년 기준). 성남시 제공
◆ 노선 단축·편익 증대에도 BC값 기준치 미달…지지부진

가장 큰 장애물은 백현마이스 사업이다. 앞선 예타에선 6조2000억원 규모의 백현마이스 사업을 반영하지 않았으나, 이번 예타 재신청에선 백현마이스의 실시계획인가를 마치고 8호선 판교 연장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승부수를 던지려 했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내무 문제 등이 겹치며 백현마이스 사업이 정체됐고 8호선 판교 연장 사업도 멈춰 섰다.

8호선 판교 연장 사업은 종점인 모란역을 판교역으로 연결하기 위해 3.86㎞의 연장노선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예타 통과 시 총사업비 4200여억원 중 60%가량을 국비로 지원받게 된다.

지하철 8호선이 판교까지 연장되면 월곶~판교선, 경강선, 신분당선과 판교역에서 환승이 가능해 지역 간 광역 전철망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 사업은 2019년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고, 2020년 10월 기획재정부에 예타 조사가 신청됐다. 이듬해 2월부터 예타가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사전 제시되면서 시가 지난해 7월 스스로 철회를 결정했다. 기재부 조사에서 탈락하면 재신청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대신 올해 3월부터 철도 관련 교수,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용역에 착수해 정자동 백현마이스 사업·삼평동 엔씨소프트 사옥 등 기존 예타에 반영되지 않았던 수요를 발굴,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들을 추진했다.

시는 예타 통과의 전제 조건인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3개 역 중 성남시청역을 제외하고, 판교역 차량 회차 구간을 없애 연장노선을 3.78㎞로 단축하는 등 비용을 줄였으나 여전히 BC 값이 기준치에 못 미쳤다. 판교 제2·3테크노밸리 등의 수요와 알파돔시티 등 대형 건축물이 인근에 들어서는 점 역시 강조했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현재 시는 모란차량기지, 봇들사거리의 2개 역 건설을 계획 중인데, 향후 노선과 역사의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 분당 재건축·서현동 110번지 개발 ‘빨간불’…市 “내년 6월 이후 예타 재신청”

앞서 정부의 1차 예타조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루 이용객과 총사업비 등이 당초 성남시가 자체 용역을 통해 예상한 내용과 다르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KDI 측은 8호선 판교 연장선의 하루 이용객을 3만7000명 정도로 예측했는데, 이는 성남시가 추정한 4만3000명보다 6000명가량 적은 수치다. 사업비 역시 시의 예측보다 200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민들과 지역 정치권은 판교 연장안 실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들은 8호선 판교 연장 연합회를 구성해 11만8000여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총선 때마다 이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는 포화상태인 지역 광역교통망 확충의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8호선 판교 연장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시 오포에서 분당 서현동을 거쳐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 차량은 하루 수만 대에 이르고, 미니신도시급 서현동 110번지 개발계획까지 확정되면서 난개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평균 174%인 용적률을 315%로 높여 5만9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분당 재건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백현마이스 실시계획 인가가 나야 그 수요를 8호선 판교 연장에 반영할 수 있었는데 과정이 지체되면서 예타 재신청을 미루게 됐다”며 “내년 6월 이후 재신청해 판교 연장을 성사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