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결국 넘어선다는 이 회사...37년 뚝심이 빛난다[홍키자의 빅테크]
전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은 어느 곳일까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반도체(AI) 시대가 도래한 이래, 엔비디아를 전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라고 꼽는 게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라야,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들썩이죠.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는데, 엔비디아 바람을 타지 않는 산업계의 기업을 찾는 게 더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엔비디아를 뛰어넘고 장기적으로는 AI 산업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어떻게 엔비디아를 꺾을 수 있겠느냐고 힐난하던 사람들도 일견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회사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전 세계 1위이자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엔비디아의 ‘블랙웰 12개월 완판’ 등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TSMC는 지난 17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2%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3분기 순이익은 3252억6000만 대만 달러(약 13조8천398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2% 급증했습니다. 이는 전날 시장조사업체 LSEG가 TSMC 3분기 순이익이 3002억 대만 달러로 전년 동기 보다 42% 인상된다는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입니다.
TSMC 3분기 매출은 7596억9000만 대만 달러(약 32조3172억원)로 전년 동기 보다 39% 증가했고, 지난 2분기 보다 12.8% 늘었고요. 3분기 총 이익률은 57.8%로 지난 2분기 보다 4.6%포인트(p) 증가했습니다.
3분기 매출총이익률도 57.8%로 전년 동기 54.3%에서 개선됐습니다.
좀 더 들여다볼까요?
TSMC에 따르면 3분기에 3나노미터(nm) 출하량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2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지난 2분기(15%) 보다 5%포인트 늘어난 규모죠.TSMC는 3나노 고객사로 애플, 엔비디아, 미디어텍, 퀄컴 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3분기 호실적에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폭등하며 사상 첫 장마감 기준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TSMC 주가는 전날보다 9.8% 오른 205.8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TSMC의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으로는 약 1조67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TSMC의 이같은 성과는 인공지능 버블론을 비웃듯 전 세계서 AI칩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합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엔비디아의 경영진이 블랙웰 칩에 대해 “12개월 분량이 판매 예약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2개월 동안의 블랙웰 생산 물량이 모두 예약돼 지금 제품을 주문하면 12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력 제품인 ‘호퍼’ 시리즈의 H100과 H200 출시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해집니다. H100과 H200은 폭발적인 수요 때문에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진 바 있죠.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올해 3월 발표한 차세대 AI칩으로, H100과 H200의 성능을 압도합니다.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같은 ‘AI칩 수요 폭증’ 관련 얘기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가 대만의 수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내용과도 거의 일치합니다. UBS는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3분기(올 8~10월)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5%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들어 폭발적 AI칩 수요에 대해 말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미국 CN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블랙웰 생산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미친 듯하다. 모든 기업이 가장 먼저 블랙웰을 갖고 싶어한다”라며 “블랙웰이 4분기 중에 시장에 정식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죠.
블랙웰은 설계 결함으로 대량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내년이 돼야 대량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폭증으로 이번 분기에만 수십억 달러 매출이 관측됩니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의 최첨단 AI칩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면서 전 세계 AI 칩 생산 점유율이 80%에 달합니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AMD도 새로운 AI 칩을 공개하는 자리서 “최신 AI칩 생산을 위해 현재로서는 대만의 TSMC 외에 다른 칩 제조 업체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죠.
AI 열풍에 TSMC의 새로운 공장 건설 계획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우청원 대만 국가과학기술위 주임위원(장관급)은 이달 1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TSMC가 8월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첫 생산을 위한 109억 달러 규모의 첫번째 팹(반도체 제조 시설) 공장을 착공했다”며 “향후 유럽에 추가 공장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우 주임위원은 “향후 다양한 시장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개의 팹 건설도 이미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SMC는 현재 해외 생산 확대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3개 공장을 짓고 있는 등 미국을 포함해 일본과 독일 등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데 수백억을 쏟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TSMC의 주가는 AI 열풍이 커질수록 한층 더 상승 탄력을 받는 중입니다. TSMC 주가는 대만 증시에서 올해(10월14일 기준)만 76% 올랐고, 뉴욕 증시에서는 87% 상승했습니다. 뉴욕증시에서 지난 7월 장중 달성했던 시총 1조 달러 탈환도 눈앞에 뒀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TSMC 경영진은 향후 5년간 회사의 연평균 성장률이 15~2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TSMC의 성장세는 감지된다”며 “TSMC가 엔비디아를 넘어 AI 산업의 장기 승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장 올해 4분기에도 3분기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TSMC는 분석했습니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에서 “4분기 매출이 261억~269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전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대만공업기술연구원장이었던 ‘모리스 창’이 대만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가 출자한 2억2000만달러 자본금을 기반으로 세웠습니다. 앞서 모리스 창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수석 부사장까지 지낸 반도체 기술 전문가였죠.
이미 미국 반도체 업계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지만, 대만 정부의 “조국 반도체 산업 진흥에 도움을 달라”라는 얘기에 54세 나이에 귀국했습니다.
모리스 창이 주목한 것은 생산 시설을 만들 재정적인 여력이 없지만, 반도체 설계는 해낼 수 있는 ‘팹리스’ 회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신생 팹리스 회사들은 IBM이나 도시바 등 대기업에 반도체 제작을 의뢰해야 했지만, 디자인이나 기술을 이전할 것을 강요당하는 등 갑질에 시달리는 게 일상이었죠. 모리스 창은 설계 유출에 대한 위험 없이 오로지 생산만 담당하는 회사를 만들어 신생 회사를 모두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웠죠. 칩 설계에는 일절 관심을 끄겠다고 다짐했죠.
설계 과정 없이 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1990년대 브로드컴부터 마벨, 엔비디아까지 모두 TSMC의 고객사가 됐습니다. 1990년대 이후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했고요.
창립 이후 37년간 파운드리에만 집중했습니다. TSMC 사훈인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은 현재까지 TSMC를 관통하는 대명제가 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TSMC는 기술을 축적했고, 핵심 고객은 늘어났죠.
TSMC는 여전히 파운드리만 하는 회사의 대명사입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1등 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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