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투입 경찰 안전 대책 '시급'
교통관리·통제·주민대피 역할
주 업무 아닌 탓 보호장비 구색만
화재·유독물질 고스란히 노출
“안전대책 마련 나서야” 목소리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들이 방진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고 연기와 화염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화재 진압이 주 업무가 아닌 탓에 대부분 경찰들은 근무복 차림 그대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대구지역 경찰 등에 따르면 관할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지구대와 파출소도 초동조치를 위해 출동한다. 경찰의 조치 범위는 교통관리와 접근통제, 긴급구조, 주민대피 등으로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진입하기도 한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경찰들이 건물로 진입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거나 소화기를 들고 초기 진압을 시도한 '모범 사례'도 다수 있다. 지난 5월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경찰은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불길 속으로 들어가 주민을 대피시켰다. 3월에는 소방서 공조 요청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던 방화범을 테이저건으로 제압한 사례가 경찰청 유튜브에 업로드됐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112순찰차 1대당 방진마스크 4개, 화재대피마스크 2개가 비치돼 있다.
그러나 현장 주변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 방연·방진 등 화재 대비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찰은 드물다. 대부분이 일반 근무복 차림이나 사비로 구입한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현장에 출동해 화재가 크게 번지거나 유독물질에 오래 노출되면 건강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실정이다.
화재 대비용 장구 구입 예산은 경찰청에서 따로 배정하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법규상의 경찰 안전·보호장비에도 포함되지 않아 복지포인트로 구매할 수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들 사이에 불만이 나온다. 경찰 A씨는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경찰의 당연한 임무지만 현장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경찰 B씨는 "방연마스크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 착용하는 경찰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대구경찰청공무원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경찰은 화재 진압이나 조사로 현장에 들어갈 수 없지만 현장에서 혹시라도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뛰어들지 않을 경찰은 없을 것"이라며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지역 경찰들에게 기본적인 화재 보호 장비가 없는 것은 아쉽다. 만에 하나 위급한 상황 발생으로 현장에 접근할 일이 있을 때 직원들을 보호할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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