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복궁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복궁 여행
황윤 지음
책읽는 고양이/376쪽
2만2천원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후 270여 년간 폐허로 남았던 경복궁은 오늘날 '조선의 얼굴'로 통한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주로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재건한 형태라는 점에서 조선 전기 경복궁의 실체 상대적으로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저자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문헌과 회화 등 예술품, 최근 발굴된 유적·유물까지 촘촘히 대조해 임진왜란 이전의 경복궁을 치밀하게 복원해 내고 있다.
책은 경복궁을 '임진왜란 전'과 '전란 이후 폐허기', '고종 대 재건'이라는 세 가지 버전으로 나누고, 우리가 보는 경복궁이 조선 말기 재건본이라는 사실 위에서 전성기였던 조선 전기의 궁궐로 독자를 초대한다. 특히 세종 시기를 핵심 축으로 삼아, 궁궐의 외형과 질서를 세우는 과정이 곧 국가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정치·과학·종교·학문·의례의 스펙트럼으로 풀어내고 있다. 세종의 대표 업적과 공간의 관계를 추적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한글 창제의 장소를 흔히 집현전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저자는 반대 속 '왕실 프로젝트'의 성격을 근거로 국왕의 개인 공간인 편전에서 단서를 확인해 나간다. 적장자 계승에 집착했던 세종의 면모는 문종의 대리청정 공간 계조당을 통해 조명된다. 2023년 복원된 계조당이 고종 때 남향 중건본인 반면, 세종 당시에는 서쪽 배치였고 '남향은 군주만 가능'하다는 신료들의 논리와와 충돌했다고 설명한다.
상징물의 변천사도 다루고 있다. 현존 28점의 일월오봉도 중 조선 전기 작품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조선왕족실록》 등 각종 기록과 회화, 구한말 사진을 엮어 일월경과 오봉도의 통합 과정을 추적하는 등 변천사를 풀어내고 있다.이밖에 전기 390여 칸에서 재건기7천225칸으로 커진 규모, 지붕 양식의 차이, 청기와가 창덕궁 선정전에만 남은 이유 등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송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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