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수요 둔화에 1600명 감원…러닝·여성 의류·조던에 집중한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전 세계 직원의 2%에 해당하는 약 1600명을 감원한다. 수요 둔화로 의류 및 신발 사업이 고전하자 비용 절감에 나서는 것이다.

(사진=나이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감원 사실을 알리며 “경쟁하기 위해서 덜 중요한 일을 바꾸고 이동시키고 매각해서 가장 중요한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나호 CEO는 “고통스러운 현실이며 이것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는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나 자신과 지도부 팀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전했다.

도나호 CEO는 회사가 러닝과 여성 의류, 조던 브랜드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매장, 물류센터와 혁신 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감원을 2단계로 진행하고 이번 분기 말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나이키는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하고 중국과 유럽에서 거시 경제 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해 12월 올해 수익 전망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당시 나이키는 향후 3년에 걸쳐 감원, 조직 효율화, 제품 구성 단순화, 기술 활용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최대 20억달러(약 2조607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5월 말 기준 나이키 직원 수는 8만3700명이었다.

나이키의 감원 발표는 최근 작년 12월 연휴 기간에 미국의 소비가 호조를 보인 뒤 1월에는 전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 후에 이뤄진 것이다. 전날 미 상무부는 1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0.2% 감소에 비해 큰 하락 폭이다.

나이키는 최근 호카 오네오네와 온 클라우드과 같은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로 고전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과잉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의류와 신발을 대폭 할인 판매해서 수익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이키는 지난 몇 달 동안 혁신, 디자인, 마케팅, 기술 팀의 지도부를 교체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주거비 상승 등으로 나이키의 주력 제품인 운동화와 의류 제품을 포함한 재량적 소비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웨어 기업들은 도매 채널을 통한 소매업체들의 주문량이 줄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상무는 “이번 감원은 나이키가 수요가 더 누그러질 우려에 직면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이키는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러닝과 같은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싶어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과 다른 분야에서의 축소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오펜하이머는 향후 몇 분기 동안 나이키의 제품 혁신과 경쟁력 부족으로 수요가 “더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평균(Perform)’으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내렸다. 오펜하이머는 “나이키가 결코 파산한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회사와 브랜드가 전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나이키는 지난해 말 비용 절감책을 발표한 후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나이키 주가는 약 6% 하락했는데 이는 S&P500 지수가 기록한 5%가 넘는 상승폭과 비교된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