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모은 돈 쓰면서 알바 뛰세요” 저가커피 점주의 뼈 있는 조언

국내 커피전문점 수 10만개 돌파,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에 본사 웃고 점주 울고
ⓒ르데스크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이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만개를 넘어섰다. 특히 3대 저가 커피 브랜드(빽다방·컴포즈커피·메가MGC커피)의 상승세가 무섭다. 고물가 시대에 아메리카노 한잔에 2000원을 밑도는 ‘가성비’ 커피로 소비자들 사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저가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본사는 빠르게 몸집을 키운 반면 정작 점주들의 실제 순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집 걸어 한 집 카페…저가 커피 브랜드 ‘박리다매’ 전략에 눈물 흘리는 점주들

1일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2년 말 기준 10만729개로 전년 동기(9만6437개) 대비 4.5% 증가했다. 커피전문점 수가 10만개를 넘은 것은 조사 이후 최초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4사(CU·세븐일레븐·이마트24·GS25) 매장 수(약 5만5000개)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커피 전문점 중에서도 저가 커피 브랜드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빽다방, 컴포즈커피, 메가MGC커피 등 이른바 ‘3대 저가 커피’라 불리는 브랜드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22년 말 5285개로 전년 동기(3849개) 대비 37.3% 증가했다. 수치상으로 하루 4개씩 늘어난 셈이다. 5월 기준 이들 3개 브랜드 가맹점 수는 ▲메가커피(3000개) ▲컴포즈커피(2500개) ▲빽다방(1600개) 등이었다.

▲ 서을시 내 한 빽다방. [사진=뉴시스]

저가 커피 전문점은 예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물가, 경기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평가된다. 식당이나 타 사업에 비해 전문성이 덜 요구되는데다 상대적으로 초기 자본이 적게 들다 보니 부업 또는 은퇴 후 가볍게 도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저가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의 순수익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대 저가 커피 브랜드의 월 평균 매출액은 ▲빽다방(2136만원) ▲메가커피(2042만원) ▲컴포즈커피(1721만원) 등이었다. 저가커피의 원재료 매입 원가 비중은 매출의 35~40%를 감안해 평균인 38%로 계산할 때 매출 총이익은 ▲빽다방(1324만원) ▲메가커피(1266만원) ▲컴포즈커피(1067만원) 등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전기·통신·수도·가스), 로열티, 각종 수수료(카드·세금) 및 기타(인터넷·화재보험·CCTV·세무서 등) 등 판매·관리비 지출을 제외하면 실제 순수익은 4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업비용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을 경우 이자 비용 부담 때문에 순수익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세 회사 모두 인테리어를 포함한 초기 창업비용은 1억5000만원 가량이다. 순수익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은다 해도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물론 지역과 지점마다 차이는 존재한다.

반면 저가커피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다소 높은 수준이다. 1일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실적 기준 컴포즈커피의 영업이익률은 41%다. 메가커피는 18%, 빽다방은 구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커피 브랜드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6.5%)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외식·프랜차이즈업계 등에 따르면 저가 커피 브랜드의 본사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직영점을 거의 두지 않는 철저한 ‘프랜차이즈 모델’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메가커피 매장 중 직영점은 17곳에 불과하다. 컴포즈커피는 매장 전체가 가맹점으로 이루어져있다. 빽다방은 직영점 3곳을 운영중이다. 신규 점주의 가맹비, 교육비, 물류 수익, 브랜드 사용료 등이 회사이 주요 수익원이다 보니 점포 매출과 관계없이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날수록 가맹본사의 수익은 증가하는 구조다.

저가 커피 브랜드 중 한 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미경 씨(52·여)는 “고물가 시대에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기는 전략에 매력을 느끼고 가게를 차렸는데 막상 뛰어들어 보니 투입 시간 대비 효율이 정말 나오지 않는 사업이다”며 “워낙 커피 값이 싸다보니 주 7일 일하며 하루에 수십·수백 잔을 넘게 팔아도 실제로 남는 돈이 월 300만원도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 누군가가 1~2억을 들여서 커피 매장을 차린다고 하면 그냥 그 돈을 월 300만원씩 쓰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며 “걸어서 10분만 가면 같은 브랜드의 가게가 나올 정도로 매장 간의 간격도 좁은데 본사가 점주들의 어려움을 헤아린다면 지금부터라도 가맹점 숫자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점심값이 만원을 돌파하면서 커피 값이라도 아끼자는 분위기가 근래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다만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동종 매장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카페 간 거리를 규제한다는 등의 실질적인 정책은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카페 #열풍 #커피 #전문점 #저가커피 #인기 #고물가 #빽다방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아메리카노 #2000원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로열티 #프랜차이즈 #본사 #이익 #극대화 #점주 #울상 #박리다매 #가맹점 #확대 #N잡 #사업 #자영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