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카운트] 방출·부상 이겨낸 '오뚝이' 임창민, 18년 마운드에 마침표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18년의 세월은 그 자체로 생존 기록이다.
특히 그 자리가 매일 결과를 내야 하는 불펜 투수, 그것도 클로저였다면 그 18년은 영광보다는 피와 땀, 그리고 방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고독한 투쟁의 역사였을 것이다.
베테랑 구원 투수 임창민(40)이 지난 3일,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공식 기록은 통산 563경기 등판, 30승 30패 123세이브 87홀드, 평균자책점 3.78이다.
이 준수한 숫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것은, 팀 해체의 아픔을 겪은 현대 유니콘스 지명에서 시작해 NC 다이노스의 전성기를 거쳐 두 번의 재계약 불가 통보(사실상 방출) 를 이겨내고 40세에 FA 계약까지 따낸,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굴곡진 프로야구 생존기'다.

방출의 칼날과 팔꿈치 수술, 전성기 뒤 찾아온 잔인한 현실
임창민의 야구 인생은 단 한순간도 순탄하지 않았다. 2008년 지명을 받은 현대 유니콘스는 사라졌다.
이후 NC 다이노스 시절(2015~2017) 3년 연속 26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며 구단 최다인 94세이브를 기록했을 때, 그는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마무리였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30대 중반, 전성기의 끝자락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임창민은 곧바로 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9년의 세월을 보낸 NC에서 입지가 좁아진 임창민은 2021시즌 후 구단과의 면담 후 팀을 떠났다.
대부분의 선수가 좌절하고 은퇴를 고민하는 지점. 그러나 임창민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고 새 팀을 찾았다.
그리고 2023년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에서 마무리 자리를 되찾아 26세이브를 기록하며 '임창민은 끝났다'고 했던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40세의 FA 계약, 가치를 증명하고 은퇴하다
이러한 부활의 서사는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 2년 총액 8억 원이라는 값진 FA 계약으로 이어졌다.
마흔 살의 나이에 맺은 이 계약은, 임창민의 투혼과 가치를 KBO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냉정한 증거였다.

그는 계약 첫해인 2024시즌, 나이 마흔이 무색하게 무려 60경기에 등판해 28홀드를 기록하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는 계약의 정당성을 스스로 증명한 '프로페셔널'의 기록이었다.
비록 2025시즌은 부상으로 16경기 등판에 그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마운드에서 물러서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며 18년 마운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킹덕후'와 '기부왕', 성적 이상의 가치를 남기다
경기장 밖에서 임창민은 또 다른 별명으로 불렸다. 바로 '킹덕후'였다.
이는 야구에 대한 깊은 지식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쌓은 학구적인 면모를 인정받은 별명이었다.
지도자 감으로 일찌감치 평가받았던 그의 성실성과 지성은,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스스로를 관리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더욱 빛나는 것은 그의 6년째 이어진 꾸준한 선행이다.
임창민은 은퇴 소식과 함께 한림화상재단에 1,500만 원을 추가 기부하며 누적 기부액 5,000만 원을 돌파했다.
프로의 세계가 승패와 돈이라는 '거래'로 돌아가는 동안, 임창민은 묵묵히 사회의 약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 '미담 제조기'였다.


임창민은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걷는 대신,
"내년 1년은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야구 선수라는 겉치레를 빼고 한 사람으로서 배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이례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는 야구밖에 모르고 달려온 18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지도자로서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마운드의 철학자다운 선택이다.
마운드에서 수많은 굴곡을 이겨낸 그가 1년 후 어떤 모습으로 한국 야구계에 복귀할지, 그의 두 번째 인생에 시선이 모인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