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현대차 부사장 "현대만의 고객 중심 디자인. 고객을 알아야 좋은 디자인·제품 만든다"

[대구=M 투데이 최태인 기자] "디자인은 기술을 통한 인류의 진보이자 제품을 기확하고 만들어가는 서사입니다. 고객 중심 디자인이란 고객을 알아야 좋은 디자인,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23일 개막한 '2024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 엑스포(DIFA 2024)'에서 '현대차그룹의 고객 중심 디자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상엽 부사장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훌륭한 기업은 고객이 아니라 팬을 만든다'는 명언을 남겼다"며, "현대차그룹도 최근 기술의 진보에 맞춰서 'Progress for Humanity(인류를 향한 진보)'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고객을 알고 이해하는 제품을 만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밀리룩이란 작은 차부터 큰 차까지 하나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라인업 전략은 '현대 룩(HYUNDAI LOOK)'이다. 체스를 예로 들면, 다양한 말들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다르다. 하지만 말들이 모였을 때 하나의 팀이 된다. 현대차도 이러한 전략으로써 현대룩은 각자의 고객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상엽 부사장은 현대차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을 '고객 중심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완성차 브랜드가 '고객 중심'을 외치는 가운데, 현대차의 고객 중심으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 현장의 목소리, 헤리티지 등 3가지를 꼽았다.

차량 디자인의 변화가 단순히 미학적으로 보기 좋은 얼굴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바뀐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고,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을 수용하고, 과거 디자인을 계승하는 과정이 포함된다는 의미다.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서 시작하는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7월 선보인 싼타페 풀체인지다. 신형 싼타페는 글로벌 트렌드인 '차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공간으로 재정의된 유니크하고 단단한 SUV로 거듭났다.

카울을 후방으로 이동하면서 전면 오버행을 줄였고, 전장과 휠베이스 증대 및 전고 상향, 리어 오버행 증대 등 전작 대비 차량 크기를 키웠다. 특히, 박스카 형태의 후면 과 트렁크 개방 공간 확장이 싼타페의 특징이다.

이 부사장은 "빅데이터에서 하나의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차박'이라는 단어였다. 차를 통해 캠핑을 하고, 파티도 하는 차박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하나의 메인 라이프 스타일로 진화했다"며, "싼타페는 그런 전략을 갖고 SUV 안에서 아웃도어에서 차박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시작하는 디자인으로는 기존 구매 고객들의 불만과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실용성'이 주를 이루는 1톤 트럭 '포터'는 반세기동안 소상공인의 선택을 받은 돈을 버는 도구이자, 삶의 터전이다.

포터는 소상공인들의 구매가 많고,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택배 차량으로 쓰일 경우 하루에도 수십번 운전석 문을 열고 닫아야하고, 물품을 싣고 매일 장거리 운행을 하거나 차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이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차량들과 달리 또 하나의 '생활 공간'인 셈이다.

이 부사장은 "PBV 차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여름, 디자이너들이 함께 상용차를 주행하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갔고 다시 차량을 이용해보며 불편한 점을 청취했다"면서 "이삿짐과 택배, 농업용 등 차량이 다양하게 쓰이는 곳을 보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조수석 공간은 창고로 쓰이는 경우가 많고, 차량을 여러번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운전석 시트는 옆부분이 쉽게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용차 운전자들이 차량에서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부사장은 "사용자분들에게 직접 무엇이 필요하냐고 여쭤봤더니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알게 됐다.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해드릴까에 대한 그런 고민들을 했었고, 모빌리티를 통해 도와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고객중심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포터를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차'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과 디자이너들의 이같은 노력은 앞서 현대차가 출시한 비즈니스플랫폼 'ST1'에 반영됐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출시하는 PBV 제품들에도 이같은 아이디어는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지막 헤리티지 디자인에는 '포니 쿠페'를 언급했다. 현대차의 첫 양산차량 '포니', 그리고 포니와 함께 개발됐지만 양산되지 못했던 '포니 쿠페' 등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것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하는 것이다. 포니 디자인을 계승한 '아이오닉5', 포니 쿠페를 계승한 'N 비전 74'가 대표적이다.

이 부사장은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이 지금으로 이어지고, 또 지금 하는 일련의 모든 행동들이 우리 미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며, "흑백TV를 겨우 사던 때 스포츠카를 기획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도전이었다. 과거 선배들의 노력을 후배들이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 포니 쿠페의 DNA를 계승한 'N 비전 74(칠사)'를 제작하고, 앞으로 수소사업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안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소산업이 당장 언제 시작될지는 알 수 없고 돈을 잃을지 모르지만, 현대차그룹은 우리세대가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해 아이디어를 세우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수소야말로 미래를 위한 기술"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메인비즈니스에서 모빌리티 오토모티브가 50%, 로봇이 20%, 도심환경이 30%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만큼, 이같은 다앙한 모빌리티를 연결해서 '커넥티비티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자인 솔루션,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