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 23년의 불빛, 그리고 쓸쓸한 가을.. 이대로 끝?

사진=삼성 라이온즈(이하 동일)

10월의 끝자락, 삼성의 방출자 명단이 공개됐다.

그 안에는 한때 KBO리그를 대표했던 이름 하나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송은범(41)

23년간 다섯 개 구단을 거친, 리그의 대표적 저니맨.

그는 끝내 올가을,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는 문턱에 섰다.

SK 시절 송은범. 사진=SK 와이번스

2003년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 투수로 프로에 입문한 송은범은,한때 “SK 왕조”의 심장 중 하나였다.

불펜과 선발을 가리지 않고 던졌던 그는 벌떼 불펜의 핵심이었다.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0년.송은범의 팔은 세 번의 우승 반지를 끼는 데 기여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국대급 파이어볼러’로 불렸다.

하지만 야구는 잔혹했다.

2013년 KIA로 트레이드된 뒤, 송은범의 커리어는 내리막을 걸었다.한화, LG, 그리고 삼성까지.

그는 이적할 때마다 새로운 마운드를 밟았고,그때마다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 ‘마지막’은 늘 연장됐다. 그가 공을 던지는 한, 팀들은 그를 완전히 포기하지 못했다.

그게 송은범이 가진 생존력의 다른 이름이었다.

2023년, LG에서 방출된 뒤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문을 두드렸을 때야구계는 놀랐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삼성 입단 테스트를 통과하며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2024년, 9경기에서 8⅓이닝 1실점, 평균자책 1.08을 기록하며12년 만에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다시 섰다.

그 순간, 송은범은 “내가 아직 야구선수임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불빛은 길지 않았다.

2025년, 그는 1군에서 단 5경기(6이닝)만 던지고 시즌을 마쳤다.

퓨처스리그에서는 25경기 4승 1패 ERA 3.94.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삼성의 젊은 불펜 – 배찬승, 이승민, 이호성 – 은 이미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구단은 송은범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23년간의 여정이 그렇게 끝났다.

같은 시기, 한국시리즈 마운드 위에서LG 김진성(40)은 최고령 KS 승리 투수 기록을 새로 썼다.

그는 “나이로 선수의 가능성을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 말은, 어쩌면 송은범을 향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송은범은 여전히 공을 던진다.지난 7월 이후 퓨처스리그 10경기 연속 무실점.그는 끝까지 몸을 만들고,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는 말한다.
“이제는 놓을 때가 됐다”고.

하지만 야구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그의 팔이, 아직 ‘끝’을 말하지 않았음을.

23년의 세월 동안, 다섯 팀의 유니폼을 입었던 남자.

그의 여름은 이미 지났지만,어쩌면 또 다른 가을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송은범은 다시 마운드 위에서 미소를 지을까?

그것이 그의 마지막 투구일지라도 말이다.

글/구성: 민상현 칼럼리스트/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