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히려 발목" 평택 아파트 시장, 2~3억 폭락
[땅집고]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찬바람이 평택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줬다. 최근 ‘제2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기대를 받는 브레인시티에 분양한 단지에서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고,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 장안동 ‘평택 브레인시티 푸르지오’, ‘평택 브레인시티 수자인’ 등 2개 단지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브레인시티 푸르지오 1933가구 모집에서 203건만 접수됐다. 전용 59㎡A(68가구)를 제외한 전 주택형 미달됐다. 브레인시티 수자인은 1순위 864가구 모집에 70명만 접수했다.
앞서 브레인시티에 공급한 5개 단지도 청약 성적은 처참했다. 지난해 6월 분양한 ‘평택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모아엘가’가 1437가구 모집에 2152건이 접수돼 선방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청약 미달했다.
브레인시티는 평택시 도일동과 장안동 일대 첨단산업단지, 연구개발 중심 대학, 주거,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택지지구다. 평택시는 이곳을 수도권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제2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최근 반도체 시장 불황이 평택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로, 2030년까지 약 133조원이 투입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1조5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지으려던 P4 공장 일부의 완공 시점을 올해 10월에서 내년으로 늦췄다. 지역 주민, 환경 단체 반발, 지방자치단체 소송 등으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로 평택 공급 물량은 늘었지만, 미분양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앞서 1~12월 2주 차까지 평택에 공급된 민간 분양 아파트는 7932가구로, 지난해 5530가구 대비 43% 증가했다. 반면 청약 접수 건수는 지난해 1만9305건, 올해 8691건으로 55% 감소했다.
그 사이 평택시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평택의 미분양 물량은 2609가구로, 경기도 전체(9771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1월 361가구에서 7배 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수요 없는 공급이 계속 됐다.
기축 아파트 가격도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평택은 올해 들어 12월 둘째 주(9일 기준)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2.72% 하락했다. 경기도는 평균 0.57% 올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가까운 입지로 주목받은 고덕국제신도시 아파트가 큰 타격을 입었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덕동 ‘고덕제일풍경채더퍼스트’ 전용 84㎡이 12월 6억2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 7억원 대비 7000만원 이상, 2021년 9월 최고가 9억2700만원 대비 3억원가량 떨어졌다. 고덕동 ‘자연앤자이’ 전용 84㎡은 최고 9억원(2021년 9월)까지 올랐으나, 지난 11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6억원 선이 무너졌다.
예정된 입주 물량을 고려하면 평택 부동산 시장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평택 입주 물량은 2025년 8726가구, 2026년 6828가구, 2028년 2988가구다. 연간 적정 수요인 2988가구의 매년 2배 이상인 수준이다.
평택 고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 불황이 평택 부동산에 타격을 줬는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미분양이 계속 늘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고덕신도시, 화양지구, 브레인시티 등에 입주 대기 물량도 많고 분양도 계속된다”고 밝혔다.
글= 이승우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