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포트폴리오 풍향계] MBK, ‘롯데카드’로 금융사 트랙레코드 재입증하나 [넘버스]

/사진=MBK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처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매각 시도가 성사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롯데카드는 MBK에 인수된 뒤 성장세를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MBK가 착실히 금융사 투자회수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조 대어’ 롯데카드 매각 준비 착수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롯데카드 매각주관사로 UBS를 선정했다. 입찰 등 매각은 연말 금융그룹 인사가 마무리된 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대상은 MBK가 가진 롯데카드 지분(59.8%) 전량이다. 다만 MBK 측은 인수 당시 컨소시엄이었던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40%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MBK는 롯데카드를 매각할 때 롯데쇼핑의 지분을 함께 팔도록 하는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을 보유하고 있다. MBK의 지분매각가로는 2조원대가 거론되고 있다.

MBK가 지난 2019년 롯데카드 지분(59.8%)을 인수할 당시 납부한 대금은 1조380억원이었다. 자본총계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보면 약 0.8배의 멀티플이 적용됐다. 롯데카드의 올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3조4970억원 규모다.

MBK 관계자는 "매각주관사로 UBS를 선정한 것은 맞다"며 "현재 (매각)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점유율 확대 매물…금융사 참전 주목

카드사 시장점유율 및 영업자산 규모 /자료=한국기업평가

MBK는 롯데카드를 인수한 지 5년 만에 국내 주요 카드사로 키워냈다. 인수 직전연도인 2019년 571억원이었던 순이익은 5년 만에 3748억원으로 약 556.4% 늘었다. 같은 기간 846만명이었던 회원 수는 935만명으로 늘어났다.

업계 5위권 카드사라는 것이 롯데카드의 가장 큰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카드사를 가진 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카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높일 수 있게 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지난해 기준 카드 시장 점유율은은 8.8%다.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손에 넣을 경우 KB국민카드의 시장점유율은 단순 합산 기준 23.3%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17.8%)를 제칠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순 합산 기준 업계 상위권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6.9%로 현재로서는 업계 하위권에 해당한다.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도 7.7%로 하위권이다. 그러나 인수 이후 시장점유율이 단순 합산만큼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 가운데 중복가입자가 있기 때문이다.

MBK '금융사 트랙레코드' 눈길

업계에서는 MBK의 금융사 트랙레코드가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MBK는 국내 다수의 금융사를 밸류업(기업가치 상승)시킨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투자건이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이다. MBK는 2013년에도 1조8400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외형을 크게 늘리고 투자금을 회수했다. 2013년 말 1878억원이었던 ING생명의 순이익은 매각 직전인 2018년 말 3112억원으로 65.7% 증가했다. ING생명의 수익성을 개선해 밸류업을 성공시킨 MBK는 2017년 ING생명(오렌지라이프) 상장을 단행한 뒤 지분 40.85%를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배당으로는 50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잔여지분 59.15%가량은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2조2989억원이었다. MBK는 5년간 ING생명을 경영하며 2조원 넘는 차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도 MBK의 대표적인 금융업 트랙레코드로 꼽힌다. MBK는 2006년 한미캐피탈을 1억7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1년3개월 만에 5억6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롯데카드 매각에도 성공하면 MBK는 한 차례 더 금융사 투자 포트폴리오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는 그간 △저축은행 △캐피털 △생명보험사 등의 영역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관건은 매각가다. 이미 2022년에도 MBK는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 후보들과의 매각가 눈높이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예비입찰에서는 하나금융그룹과 PEF운용사 3~4곳이 인수 의향을 보였다. 당시 MBK는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로 3조원 이상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