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군사전문가가 말한 "대만군의 가장 부끄러운 비밀"

이 글은 《디플로매트(The Diplomat)》 매거진 2025년 3월 12일 자에 게재된 랴오홍샹(廖宏祥)의 글을 번역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랴오홍샹은 미국 국방 및 항공우주 산업에서 36년간 근무한 전문가로, 맥도넬더글러스 항공우주 대만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2025년 봄, 워싱턴 정가에 대만에게는 충격적인 발언이 날아들었습니다.

트럼프가 밀어붙인 국방정책 차관보 후보 엘브리지 콜비는 상원 청문회에서 대만에게 "GDP의 10%를 국방비로 사용해라"라는 폭탄선언을 날린 것입니다.

GDP 10%는 대만 정부 총예산의 80%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이건 사실상 "전시 경제로 전환하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콜비가 몇 년 전만 해도 "GDP 5%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가, 트럼프가 10%를 말하자 바로 자기주장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방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대만


사실 대만의 국방비 이야기는 예전부터 미국이 자주 꺼내는 카드였습니다.

2005년, 부시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압박이 있었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20년이 지나도 대만의 정치 구도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여당(민진당)은 국방비를 늘리려 하지만, 야당(국민당)은 이를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만군 훈련 모습

그런데 미국이 대만에게 자주 말하는 "대만은 국방비를 너무 적게 쓴다"는 주장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습니다.

대만은 국방 관련 지출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예산과 퇴역군인 지원, 그리고 특별 군사 구매 예산이 그것입니다.

세 가지를 모두 합치면 대만은 이미 GDP의 2.9%, 정부 총예산의 25%를 국방에 쓰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자주 인용하는 1.9-2.0%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즉, 대만의 문제는 '돈이 적다'가 아니라 '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군에 장군이 너무 많은 대만군의 현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인건비입니다.

국방 예산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날아가니, 정작 훈련이나 첨단 장비 개발에 쓸 돈이 부족하죠.

더 웃긴 건 장성 비율입니다.

미군은 131만 명의 병력에 900명의 장성이 있는 반면, 대만은 고작 17.6만 명의 병력에 310명의 장성이 있습니다.

이것을 비율로 따지면, 대만 군인 58명당 장군 1명이 있는 셈입니다.

장군만 미군 장성 수의 3분의 1이 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걸 쉽게 이해하자면, 학급에 학생은 적은데 반장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스라엘군은 30명 정도의 장성만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중국어로 번역된 군사 서적만 읽다 보니..."


대만군의 또 다른 문제는 국제적 고립으로 인한 현대 군사 이론과 단절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만의 많은 군인들이 중국을 통해 번역된 군사 자료를 읽고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공산당의 군사 이론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신 군사 트렌드를 따라가기는 어렵겠죠.

특히 전자전 분야는 대만의 아킬레스건입니다.

현대전은 전자기 스펙트럼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인데, 대만은 이 분야에 투자를 소홀히 해왔습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주요 군사 강국들이 우주 기술을 국방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대만은 이 분야에서도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아무리 돈을 써도 중국을 따라갈 수 없다면..."


가장 냉정한 현실은 중국과 대만의 국방비 차이입니다.

대만이 아무리 GDP의 10%를 국방에 쓴다 해도, 그것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개 예산의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중국은 실제 군사비를 공개 예산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죠.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질문은 "미국은 정말로 대만을 도울 의지가 있는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게 무리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대만 방어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구조적 개혁이 먼저다


대만의 국방 문제는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도 오랫동안 장성 과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국방비 효율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대만의 사례는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군 구조의 효율화, 인력 감축, 그리고 첨단 무기 체계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전자전과 사이버 분야, 그리고 우주 기술에 대한 투자는 미래 전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는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국방 전략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미국의 "GDP 10% 국방비"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지만, 이것이 제기한 문제의식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이 어떻게 효율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이 질문은 대만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들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