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디자인] 내 클릭은 나의 의지가 아닐 수 있다...'다크 패턴'

뉴스를 통해 낯선 용어를 접했다. 이른바 '납치 광고'.

기사 내용은 이랬다. 클릭도 하지 않았는데 쇼핑몰의 앱으로 이동되는 이른바 ‘납치광고’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이였다. 엇 "이건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모바일로 종종 뉴스기사를 보던 중 의도치 않게 모 쇼핑몰로 끌려가는 상황을 수십번 겪었기 때문이다. ]

처음엔 단순히 필자의 잘못으로 치부했다. "내가 부주의해서 쇼핑몰 광고지면을 터치하여 옮겨갔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뒤로 돌아오길 무한반복했다. 하지만 특정 쇼핑 플랫폼으로만 자꾸 이동하는 걸 수상히 여겨 주의를 해도 여전히 나는 자주 납치되었다.

처음엔 단순한 나의 실수로 여겼지만 상황이 반복되자 다크패턴임을 알아차렸고, 필자의 감정은 순간 짜증으로 변했다.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경험

조금은 현란하고, 자극적이고, 완벽하게 계산된 화면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화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가끔은 괜히 속은 기분에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 닫기 버튼 인줄 알고, 눌렀는데 나를 결제로 납치하는 버튼(마치 길거리 호객꾼처럼)
◆ "단 3시간 남음!" 하며 시간을 재촉하는 빨간 글씨들(그냥 가면 뭔가 손해보는 감정)
◆ "10,000원 선착순 쿠폰 도착!" 이라며 튀어나오는 팝업들(하지만 특정 카드 사용자에 한함)
◆ 구독을 해지하려는데 꼼꼼 숨겨둔 해지 버튼(버튼을 눌러도 "정말로 떠나시겠어요?" 하며 풀어놓는 다양한 혜택)
◆ "스페셜 할인을 받으시겠습니까?" 하지만 거절 버튼은 어디에도 없다

그 화면에는 교묘하게 설계된 조작의 흔적들이 있고, 그 흔적 속엔 누군가의 계산과 의도,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속임수가 숨 쉬고 있다. 자격도, 윤리도 없이 스며든 그런 디자인들. 이건 단순한 ‘불편한 UX’가 아니다. 사용자의 실수를 유도하고, 착오를 바탕으로 이득을 얻기 위해 설계된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다.

다크 패턴이란?

다크 패턴은 사용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기만적 디자인 요소를 말한다.

다크 패턴은 2010년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이 처음 정의한 개념으로,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도록 고의적으로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겉보기에는 사용자 친화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를 기만하거나 조작하는 디자인 기법이다.

브링널은 다크패턴을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속임수 질문(Trick Questions), 바구니 안에 끼워넣기(Sneak into Basket), 싸구려 호텔(Roach Motel), 개인정보 주커링(Privacy Zuckering), 가격 비교 차단(Price Comparison Prevention), 주의집중 분산(Misdirection), 숨겨진 가격(Hidden Cost), 미끼 스위치(Bait and Switch), 호혜적 선택강요(Confirmshaming), 위장된 광고(Disguised Ads), 강제 연속 결제(Forced Continuity), 친구로 위장한 스팸(Friend Spam)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디지털 소비 시대의 '꼼수 마케팅'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다크 패턴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일상적인 대표 유형을 살펴보자.

◆ 구독 함정 (Roach Motel) :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복잡하다. 예: 글로벌 OTT의 해지 절차
◆ 몰래 담기 (Sneak into Basket) : 체크박스를 미리 선택해 부가상품을 자동으로 추가
◆ 시급한 것처럼 보이기 (Urgency) : “지금 3명 보고 있어요!”, “곧 품절됩니다!” 등의 긴박감 유도
◆ 감춰진 취소 버튼 (Obscured Options) : ‘예’를 강조하고 ‘아니오’는 작거나 회색
◆ 이중부정 언어 (Confirmshaming) : “지금 할인 안 받겠어요?”라는 혜택 유도 문구

쿠폰당첨이라는 유혹

새벽배송이라는 매력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쇼핑몰에서 필자는 묘한 존재감을 가진 팝업 하나를 만났다. '잠시만요' 하면서 지나치려던 필자를 붙잡는다.

/ 한백영

난 내일 예정된 테니스를 위해 당장 필요한 테니스 공을 사러왔을 분인데 소매를 붙잡는다. 자연스럽게 닫기 버튼을 찾았지만 닫기 버튼이 있어야 할 자리엔 필자를 납치할 '확인'버튼이 있다.

또 쿠폰 응모도 하지 않았는데 쿠폰 당첨이 되어서 필자를 축하해준다. 역시나 있어야할 닫기 버튼 자리엔 '확인'버튼 하나만 존재한다. 자세히 보니 우상단에 보일듯 말듯 "X"표의 닫기 버튼이 있다.

"노안이여서 X버튼이 잘 안보여겠지"라고 책망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전형적인 초기형 다크 패턴의 유형이다.

1만원 쿠폰이라는 달콤한 함정

누군가가 그 팝업에 분홍색 배경을 칠하고, 노란 글씨로 '10,000원 선착순 쿠폰 도착!'이라고 써두었다. 운동화 그림까지 넣어가며 시각적 임팩트를 높였지만, 그 메시지는 너무나도 기만적이었다.

◆ '자세히보기' 또는 '받기' - 앞서 설명한 ‘초기형 다크 패턴’에 비해 엄청 진화한 버전이다.

이번 팝업은 선택이 아닌 강요의 구조물이였으며 그 조작은 유난히 교묘했다. 거절할 권리를 박탈하고, 눈에 띄며, 누군가의 탐욕(클릭율을 높여야 해!!!)이 담겨 있었다.

사용자를 속이겠다는 목적은 정확히 실현됐고, 그 어떤 광고보다 강한 유혹이 있었다. 그것은 "사용자의 합리적 판단을 향한 공격" 그 자체인 효과 만점의 다크패턴이다.

또 다른 팝업에서는 '스패셜할인을 받으시겠습니까?'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붉은 컬러로 써있고, 역시나 함께 '자세히 보기'와 '받기' 버튼만 제시하여, 사실상 거절할 선택지를 없애버렸다.

이런 패턴들은 사용자의 인지적 편향을 악용한다. 손실 회피 성향(사람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 사회적 증명(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 희소성 원리(한정된 것에 대한 욕구) 등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이 교묘한 화면은, 감정적 조작과 선택권 박탈이 잘 담긴 디자인이었다.

그 안엔 강한 의도와 부정직한 목적이 있었다.

사용자의 이탈을 직접 경험하고, 그 순간을 수십 번 반복해서 연구해 본 사람이 만든 디자인. 어디다 내놔도 완벽한 조작 인터페이스다.

정규 윤리 교육을 받지 않은 누군가가, 스스로 수익을 관찰하고, 사용자를 속일 방법을 찾아 실행했다. 이것이 바로 다크 패턴이다.

/ 한백영

거절할 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화면에는 선택지 하나가 떠 있었고, 그 안엔 '동의'라는 버튼만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거절'도 '스킵'도 없는 그것은, 마치 독재자처럼 사용자의 의사를 무시하며 지나갔다.

개인정보 수집에 사용자가 직접 반대하는 건 너무 어려웠을테고, 어디론가 서비스는 이용해야 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누르는 동의 버튼. 그리고 그건 어쩌면,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사용자 심리를 이해한 조작 도구였다.

복잡한 약관, 숨겨진 선택지, 지쳐버린 의지 속에서 거절보다 쉽고, 저항보다 단순하며, 무엇보다 빠르게 넘어갔다.

사용자는 UX를 아마도 배우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기업이 만들어낸 인터페이스는 기만성과 조작성, 효율성에서 최악의 UX(사용자경험)을 담고 있었다.

돈을 버는 자의 기술은, 때로는 사용자보다 교묘하고 치밀하다. 탐욕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최악의 조작 도구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위험한 디자인 - 디자인은 탐욕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들이 보여주는 교묘함과 기만'

디자인은 오랜 시간 동안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사용자의 문제해결이라는 절대적인 목표를 위해 포토샵을 능숙히 다루고, 깔끔한 인포그래픽을 만들며, 감각적인 색채와 형태를 구현하는 사람들이 '디자이너'라 불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온라인 쇼핑몰을 지난다.

할인가가 빨간 글씨로 번쩍이고, 팝업창 위에 "마지막 기회!"라는 문구가 깜빡이며, 손글씨체로 '지금 놓치면 후회해요!'라고 적힌 배너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편리한 것도, 정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엔 교묘하며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나는 깨닫는다. 디자인은 공익이나 윤리, 미학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갑을 어떻게 열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다크패턴은 의도된 기만에서 시작된다

다크패턴의 본질은 의도된 기만이다. 사용자를 속이고, 그것을 더 교묘한 방식으로 포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작'이 바로 다크패턴이다.

쇼핑 앱에서 만난 팝업 하나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다. [보기][닫기] 즉 '동의'와 '거부'로 구성된, 나의 선택권이 보장된 일반적인 광고가 아닌 [자세히보기][확인] - 동의와 동의로만 만들어진 거절할 수 없고, 무시할 수 없는 디지털 조작.

이처럼 현대의 다크패턴은 사용자 연구도, 윤리 검토도 거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클릭하게 할까"라는 탐욕 하나로 완성된다. 다크패턴은 그렇게, 욕심의 한복판에서 태어난다.

비윤리적으로, 다크패턴은 약자 착취의 표현이다

비윤리는 늘 약자를 노린다. 그 사람의 무지, 피로, 급함, 상황을 이용하려고 애쓴다. 다크패턴 역시 마찬가지다.

나쁜 다크패턴은 사용자 입장이 아닌,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을 위한 냉혹함에서 시작된다.

보험사의 친절한 안내문 대신,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약관과 숨겨진 비용들, 그리고 낡은 신뢰 위에 매직으로 그은 배신의 선들은 어쩌면 모두 그 '착취'의 또 다른 형태다.

나쁜 다크패턴은 기술의 발전보다, 사람을 이용하려는 천박한 태도에서 나온다.

전문가의 다크패턴이 오히려 더 위험한 이유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 정교하게 속일수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사용자 리서치를 하고, 데이터 분석까지 동원해서 완벽한 조작 시스템을 만든다.

필자 역시 그 위험성을 아무리 경계하려 해도 쉽지 않다. 참 무섭다.

전문가의 다크패턴은 훨씬 더 과학적이고 치밀하다. '사용자가 여기서 이탈하니까 이 순간에 이런 팝업을 띄우면 효과적이겠다'는 데이터 기반 분석, 그리고 그것을 당장 A/B 테스트로 검증하는 체계.

일반인이 만든 투박한 속임수보다 전문가가 수백만 원 들여 리서치해서 만든 정교한 조작이 더 위험하고, 더 교묘하며, 실제로 더 많은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전문가에게는 넘쳐나는 '기술의 언어'가 윤리적 판단력 대신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크패턴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의 자율성과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설계한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전환율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사용자 이탈을 가져온다.

특히 디지털 격차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사용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고령자나 디지털 초보자들은 이런 패턴을 구별하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다크패턴은 시장 전체의 경쟁을 왜곡시킨다. 정직한 디자인을 하는 기업보다 교묘한 속임수를 쓰는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얻게 되면, 결국 모든 기업이 다크패턴을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평가하고, 생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즉,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여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윤리적 태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제공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플랫폼 제공자들은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사용자 신뢰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투명성의 원칙: 모든 비용, 조건, 결과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숨겨진 비용이나 자동 결제, 구독 서비스의 해지 조건 등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선택의 자유: 사용자에게 진정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예/아니오"의 선택지를 동등하게 제시하고, 거절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 중심 설계: 기업의 이익보다 사용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설계 철학을 가져야 한다.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스스로 점검 : 자사의 서비스에서 다크패턴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나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디자이너의 윤리적 책임

디자이너는 단순히 ‘예쁜 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사용자의 권리와 경험을 존중하는 윤리적 설계자(Ethical Architect)"로서, 기술과 마케팅 사이에서 사용자 편에 서야 한다.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작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기술적 스킬만큼이나 윤리적 판단력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기술이 아니라 윤리다. 사용자를 사랑하고, 투명함을 추구하며, 기만을 거부하는 모든 이들만이 진짜 디자이너다.

◆사용자 옹호자 역할: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 경영진이나 마케팅팀에서 다크패턴 사용을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하고 대안을 제시할 용기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디자인: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용자 관계를 구축하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사용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도가 결국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교육과 인식 개선: 동료 디자이너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다크패턴의 문제점을 알리고, 윤리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전파해야 한다.

◆대안 제시: 단순히 다크패턴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

다크패턴은 단순한 디자인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경제의 건전성과 사용자의 권익, 그리고 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다.

진정으로 성공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온다. 투명하고 정직한 소통, 사용자의 선택권 존중, 그리고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열쇠다.

플랫폼 제공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사용자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우리는 더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조작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