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는 동굴 법당을 품은 이색 사찰, 밀양 삼랑진 여여정사

경상남도 밀양은 예로부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장으로 불려 왔습니다. 얼음골과 만어사, 표충비처럼 자연과 역사,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공간들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삼랑진 안태호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한 여여정사는 조금 다른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은 오래된 고찰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물 흐르는 동굴 법당을 두 곳이나 품은 이색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 속에 숨은 동굴과 불교 예술이 결합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찰 방문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현대에 지어진 사찰, 그러나
남다른 존재감

여여정사는 1990년대에 조성된 비교적 현대적인 사찰입니다. 하지만 위치와 창건 배경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부산 범어사 주지를 역임한 정여 스님이 1990년 부지를 매입한 뒤, 20년 계획으로 불사를 시작 해 지금까지도 단계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사찰입니다.
1997년 대웅전 기공식을 시작으로, 2005년 약사전 기공 및 대웅보전 봉불식, 2017년 백옥관음대불상 봉안, 2020년 관음전·산신각·선혜원 조성까지 이어지며 현재의 여여정사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지금도 불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찰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첫 풍경

사찰로 들어서는 첫 번째 문은 종루입니다. 아래에는 종무소가, 위에는 법고가 자리한 구조로, 문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사찰의 분위기로 들어서게 됩니다. 종루를 통과하면 대웅보전이 정면에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좌우로 약사불과 달마대사 석상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대웅보전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하 1층은 공양간, 1층은 극락전, 2층은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극락전에는 아미타부처님이,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문수·보현보살,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이 함께 봉안되어 있습니다.
불로문을 지나 만나는 동굴 법당

여여정사를 찾는 방문객 대부분의 목적지는 단연 동굴 법당입니다. 약사전과 극락전으로 특화된 사찰답게, 동굴 법당으로 향하는 출입문에는 ‘늙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불로문(不老門) 이 세워져 있습니다. 불로문을 지나 짧은 연등 터널을 통과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되었지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동굴 법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통로 양옆으로는 수많은 불상이 늘어서 있는데,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다릅니다. 온화한 얼굴, 고통에 잠긴 얼굴, 분노를 품은 얼굴까지, 사람의 마음을 닮은 다양한 표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물 흐르는 국내 최대 동굴 법당, 약사전

여여정사의 동굴 법당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며, 그중 핵심은 자연 동굴 형태로 조성된 약사전입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공기와 함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수로를 따라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그 안에서는 비단잉어가 유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약사전 내부에는 본존불인 약사여래와 관음보살이 모셔져 있으며, 별도의 공간에 용왕과 산신을 함께 봉안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수많은 돌과 불상이 어우러져, 경건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에 모셔진 작은 불상은 약 1,300여 개에 이르며, 대부분 신도들이 소원을 담아 봉안한 원불입니다.
연꽃 등과 소망을 담는 공간

동굴 법당 안에서는 연꽃 소원 등을 물에 띄우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불교에서 깨달음과 자비를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연꽃 등을 띄우는 행위에는 지혜의 등, 자비의 등불을 밝힌다는 의미와 함께 건강, 가정의 평안, 사업 번창, 학업 성취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또 하나의 동굴 법당과 문화재 불상

큰 동굴 법당을 둘러본 뒤 입구 쪽으로 내려오면, 또 하나의 작은 동굴 법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물이 흐르지는 않지만, 중심 삼존불 아래 작은 수조가 조성되어 있어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합니다.
또한 백옥관음대불상 옆 관음전에는 여여정사가 소장한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이 불상은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발원문 등 복장물이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입니다.
여여정사 기본 정보

위치: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행곡 1길 180-158
문의: 055-355-9290
이용시간: 상시 개방
휴일: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주차: 무료 주차 가능
여여정사는 오랜 역사보다는 독특한 공간 구성과 압도적인 스케일로 기억에 남는 사찰입니다. 자연과 불교 예술, 동굴 법당과 물, 그리고 사람들의 소망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특별합니다.
주말 드라이브 코스로, 혹은 마음이 조금 지칠 때 조용히 둘러보기 좋은 곳을 찾고 계시다면 밀양 삼랑진 여여정사는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이색 사찰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결의 힐링을 경험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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