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반기 대규모 공채…이재용 '인재경영' 철학 발맞췄다

지난 4월 경기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GSAT 응시자들의 예비소집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이 하반기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 삼성그룹 차원의 인재 확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원에 들어간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에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3일 삼성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관계사별로 채용공고를 내고 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반기 공채에 나선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서울병원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19곳이다.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성이 앞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수천명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삼성의 대규모 채용계획은 하반기 얼어붙은 고용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 불확실성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기업들은 연쇄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텔은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네트워크 장비기업 인텔은 7%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57.5%가 하반기에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하반기 고용 시장은 한층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지난 2018년 12월 10만3011명에서 올해 6월 12만8169명으로 25%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삼성의 적극적인 인재 채용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기업인의 의무'라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2021년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와 삼성은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5월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대규모 채용 역시 이 같은 약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을 계승해 삼성의 조직혁신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까지 바꾸자"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22년부터 조직의 활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연한 폐지 △평가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인사제도를 시행했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 제도를 도입한 뒤 현재 4대그룹 중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