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열사 누락 신고’ 김준기 DB회장 약식 기소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3일 재계 서열 40위인 김준기(82) DB그룹 창업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억5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지배하는 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계열사 목록에서 빼고 거짓으로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재단 회사들을 총수 일가의 돈줄로 활용하면서도 규제를 피하려고 장기간 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숨겨온 것이다.
공정위는 자체 조사를 마친 뒤 공소시효 만료를 약 2개월 남긴 지난 2월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회장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삼동흥산, 빌텍, 뉴런엔지니어링 등 재단 산하 회사 15곳을 계열사에서 제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들은 1999년 DB에서 계열사에서 제외됐지만, 최소 2010년부터 총수 일가를 위해 다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6년부터는 아예 ‘재단 협력 회사 운영 담당(회장)’이라는 직책까지 만들어 본격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DB 측은 내부적으로는 재단 회사들을 계열사처럼 관리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철저히 숨겼다.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 ‘그룹 전국 건물 현황(대외비)’ ‘그룹사 임원 명단’ 같은 DB 내부 문서에는 재단 회사들의 정보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DB 측은 재단 회사들을 쓸 때마다 공정위가 주목할 것을 걱정하며 위장 계열사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내부 문서에는 “재단 회사가 특수 관계인이 아니니까 서로 거래할 때 겉으로 보기엔 법적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평가가 담겨 있었다.
약식 기소란 검찰이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검찰은 공정거래법 양형 기준 등을 고려해 김 회장을 약식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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