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법정 선 2030 ‘영끌족’…내 집 마련의 꿈이 ‘빚 무덤’으로

송응철 기자 2025. 12. 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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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네 집’으로…폭증하는 임의경매 신청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전국에서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은 11만6749건으로 집계됐다. ⓒChatGPT 생성 이미지

# 대기업 7년차 김민형(34·가명)씨의 점심은 언제나 5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이다. 2021년 부동산 광풍 당시 '벼락거지' 공포에 밀려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매수한 게 화근이었다.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했다. 비극은 금리 인상기에 찾아왔다. 월급은 입금 순간 은행으로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은 떨어졌다. 팔아도 대출을 다 갚기 힘든 사실상 '깡통주택'이다. 김씨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닌 감옥이 됐다. 그는 현재 대리운전 '투잡'을 고민 중이다.

# 2021년 '패닉 바잉'(공황 구매) 행렬의 앞줄에 섰던 30대 직장인 이창희씨도 한때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적이 있다. 앞서 그도 '지금 아니면 평생 집을 못 산다'는 공포감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서울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후 고금리에 3년 동안 계속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나 현재 그의 보금자리는 법원 경매 리스트에 오른 상태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면서 은행이 담보로 잡은 아파트를 압류해 넘기는 '임의경매' 대상이 된 것이다.

2030세대 '영끌족'이 추락하고 있다. '자산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 무리하게 마련한 '내 집'이 고금리의 역습을 맞고 경매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에서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은 11만6749건이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는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올해 들어 월평균 1만1675건의 부동산이 임의경매로 넘어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총 14만 건을 넘길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다 신청 건수(14만8701건)를 기록한 201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임의경매 신청은 2022년 6만5586건에서 2023년 10만5614건, 지난해 13만9874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2023년부터 신청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법원경매 통계에는 임의경매 매물 주인의 나이가 직접적으로 공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의경매가 급증한 주된 원인으로 2030세대를 지목한다.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역대 최고치(약 41.7%)를 기록한 2020~21년과 경매 신청이 급증한 시점을 교차 분석한 결과다.

법원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은 "2021년 부동산시장 상승기에 자금력이 떨어지고 신용도가 낮은 20~30대가 1금융권뿐 아니라 고금리 2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이 소유한 물건들이 경매로 넘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2030세대 영끌족이 보유한 부동산의 임의경매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 배경으로는 정부의 '오락가락 대출 정책'이 지목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득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 주는 '특례보금자리론'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을 내서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냈다.

특히 지난해 7월 시행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과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돌연 2개월 연기한 것은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규제를 피해 대출 막차를 타려는 2030세대들이 앞다퉈 은행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폭 급증했다.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선 2030세대 영끌족의 상당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집값이 하락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 상황이거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거래 절벽'에 갇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팔지도 못하고 이자도 내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여 경매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 영끌족에게 필요한 건 이들이 파산하지 않고 버티거나 매물을 매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며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에게 선제적으로 이자 감면이나 만기 연장을 지원하는 신속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정부 차원의 '세일 앤 리스백'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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