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신규 인가를 둘러싼 전문가 전망이 비관론에 쏠리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과업 수행이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앞선 3사(케이·카카오·토스뱅크)와 달리 새로 출범하는 인뱅의 경우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공급하는 미션이 주어지는데, 기대처럼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다 '연체 폭탄'을 떠안은 기존 인뱅들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출은 경기에 민감한 데다 규모가 커 신용대출로 나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연체율 때문에 건전성 관리도 필요해 무작정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에서 양질의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제4인터넷은행의 큰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제4 인뱅 신규 인가 평가 항목에 '소상공인을 포함한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계획 및 실현가능성'을 새롭게 넣은 것에 기인한다. 기존 3사 승인 당시 없었던 심사 항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포용 금융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이 중점 심사 대상"이라며 "사업계획의 포용성 평가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평가점수 총 1000점 가운데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은 배점 150점, 포용성은 200점이다. 포용 금융은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든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편리하게 접근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더욱이 업계 전반에 걸친 차주(돈을 빌린 자)의 연체율 증가는 새 인터넷은행 출범 시기의 적절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권 한 연구원은 "안 그래도 기존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하나 더 만들면 은행 입장에선 어쨌든 자산을 늘려야 하니 대출을 또 하지 않겠냐"며 "전체적으로 오버뱅킹(over banking) 이야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시점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오버뱅킹은 한 국가의 경제 규모나 경제활동인구 수에 비해 은행 수가 많아 경쟁 심화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4년 1분기 말 2.72%에서 같은 해 3분기 말 2.93%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반면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1%에서 0.04%로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대출 연체율은 역시 포용 금융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으로 대출 연체율이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은행의 대출자산 연체율은 2024년 3분기 말 기준 0.67%로 시중은행 0.3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포용을 하는 건 흑자도 내고 해야 할 수 있는 건데 중·저신용자나 중소기업은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탄탄한 자산이나 구조들이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 그걸 애초 인가 때부터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이번 평가 항목에 자금조달방안에 대한 '실현가능성'도 더 꼼꼼히 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대주주 자금공급 능력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주담대로 몰릴 것"…인뱅 3사도 나서지 못한 기업대출
중소기업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형님'뻘인 인뱅 3사와 차별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앞서 언급한 금융 연구원은 "비대면 대출로 비교적 손쉽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가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라 그 쪽으로 또 몰릴 수 있다"며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제언했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 등 외형성장 중심의 수익기반 확대로 시중은행과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업 대출은 무점포·비대면 영업을 하기에 시기상조라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 대출은 서류가 많아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영역이다"면서 "기업 대출은 점포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중소기업은 신용평가가 쉽지 않아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대출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을 보면 인터넷은행은 건전경영의 유지를 위해 법인 대출을 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은 예외다. 실제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현재 중소기업 대출을 할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만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번 인가 심사 문턱이 기존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즉 통과 가능성이 현격이 낮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도 법인 대출은 못하고 있고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도 불가능한데 지역 기업에다 자금을 공급하는지 보겠다는 건 사실상 허들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4 인뱅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KCD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6곳이다. 금융위는 이달 25~26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예비인가 심사결과 발표는 신청서 접수 후 2개월 이내다. 인가 기준을 충족하는 신청자가 없다고 판단하면 예비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황금빛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