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사라지고 마통 5천까지만…대출 누가 막히나?

은행들이 부랴부랴 대출 총량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 빚 전쟁’에 금리인상 카드로 대응하면서 ‘이자장사’ 뭇매를 맞자 차선책을 내놓은 셈입니다.

치솟는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장치라지만 애꿎은 부상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합니다. 40년에서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대출 기간이 줄어들면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상승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정 기간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금 또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거치식 상품도 중단합니다. 거치 기간이 없어지면 원금과 이자를 바로 갚아나가야 해 대출금을 늘리는데 부담이 생기는데 이를 이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는 방침입니다.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합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5천만원으로 축소합니다.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 MCG) 가입도 중단합니다.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은 주담대를 받을 때 소액임차보증금(방공제)을 공제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입니다. MCI는 주로 아파트, MCG는 다세대·연립 등에 적용됩니다.

이 보험이 없으면 지역별 소액임차보증금을 공제하고 대출을 받아야 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MCI·MCG 가입 제한으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은행도 오는 9월 2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합니다. 대출 모집법인 한도도 법인별 월 2천억원 내외로 관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매매와 임대차 계약이 같은 날 이뤄지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로 취급했던 전세자금대출도 중단합니다. 주담대를 통한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와 함께 MCI, MCG 가입 제한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신한은행 역시 MCI, MCG 가입 제한 등의 조치와 함께 지금까지 허용했던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습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월 초 영업점 내 주담대 갈아타기를 제한한데 이어 같은 달 말부터 MCI 가입을 중단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대출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로 당장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막힐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 은행 대부분이 조건부로 취급했던 전세대출 중단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주택 담보 생활안정자금도 축소되는 만큼 다주택자 또는 1주택 매도 조건의 2주택자 역시 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은행을 통해 돈줄을 끊는 인위적인 조정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가계부채를 잡는다는 명분 아래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라며 “빚 총량 관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생활안정자금이나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로 일부 실수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