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장이 아니다” 전율… 42.195㎞ 내내 100m 17초 주속으로 뛰었다고?
최적의 기온, 카본화의 마법, 故 키프텀이 남긴 투혼이 만든 ‘인류의 승리’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 도로 ‘더 몰’(The Mall).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사바스티안 사웨(31·케냐)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 무렵, 전 세계 육상 팬들의 시선은 시계탑 전광판으로 향했다. 1시간 59분 28, 29, 30초….
26일(현지시간) 사웨가 테이프를 끊는 순간 멈춰 선 숫자는 1시간 59분 30초. 인류가 수십 년간 ‘불가능의 영역’이라 명명했던 마라톤 2시간 벽이 공식 대회에서 마침내 허물어지는 역사적 찰나였다. 이는 2023년 고(故) 켈빈 키프텀이 세운 기존 세계 기록(2시간00분35초)을 무려 65초나 앞당긴 경이로운 성적이다. 사실상 42.195㎞ 전 구간을 100m당 17초의 속도로 쉬지 않고 주파했다는 의미다.

대기록의 주인공 사웨는 겸손하면서도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늘은 마라톤 역사에서 모두에게 희망을 준 날이다. 마지막 1마일을 남기고 전광판 시계를 확인했을 때 나조차 소름이 돋았다”며 당시의 전율을 회상했다. 이어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도착해 기록을 확인했을 때 정말 신이 났다”며 “이 기록은 나 혼자 만든 결과가 아니다. 거리마다 가득 찼던 런던 시민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나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인류가 힘을 합치면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2위로 골인한 요미프 케젤차(29·에티오피아) 역시 1시간59분41초를 기록, 사웨와 함께 ‘서브 2’ 시대를 동반 개막했다.
세계 육상계도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육상연맹(WA)은 공식 성명을 통해 “오늘은 마라톤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사웨는 단순히 기록을 깬 것이 아니라, 이벤트 레이스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서브 2’를 정식 규정 아래서 달성해냈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또한 “킵초게의 비공식 기록까지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며, 이는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높게 평가했다. 영국의 가디언지 역시 “그가 왔다, 보았다, 정복했다(He came, He saw, He conquered)”라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압도적인 레이스를 대서특필했다.

외신들이 “새끼 고양이보다 가벼운 이 신발이 인류의 한계를 밀어냈다”고 극찬할 만큼 기술력은 압도적이다. 탄소섬유판과 초경량 폼이 결합된 이 첨단 신발은 심박수를 2% 이상 낮추는 것은 물론, 체감 운동량을 5%가량 줄여주는 등 ‘장비 그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증명해냈다.
다만 이를 둘러싼 비판도 거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기술적 도핑’이라 규정하며 “마라톤의 본질을 훼손하고, 특정 브랜드 신발을 신지 못하는 선수들과의 불공정 게임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육상연맹이 탄소섬유판 사용을 1장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에 나섰지만, 인간의 근육과 첨단 소재가 결합한 ‘기록 혁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2024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켈빈 키프텀의 투혼을 이어받은 이번 대기록은, 마라톤이 이제 ‘지구력의 싸움’을 넘어 ‘과학과 전략의 총력전’으로 진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부에서도 티그스트 아세파(30·에티오피아)가 2시간15분41초라는 압도적 기록으로 우승하며 런던의 하늘 아래 새로운 스포츠 과학의 승리를 알렸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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