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제 아무리 챙겨 먹어도 미세먼지 마시면 무용지물?!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희뿌연 하늘, 대기오염의 '불편한 진실'
매년 810만명,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
에어로졸, 타이어 마모 배출물 등이 주범
오염 농도와 산화잠재력이 피해에 결정적
전 세계가 오염원 관리에 적극 투자해야
’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이란?
지난 9월 7일에 5번째 기념일을 맞이한 ’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은 2019년 9월에 개최된 유엔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하고 유엔이 채택하여 2020년부터 시작된 유엔의 공식기념일입니다. 우리나라가 제안하여 유엔의 공식기념일로 채택된 사례는 이것이 처음이었고 그 후로 추가적인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이후로 우리나라의 언론과 정부기관의 관심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국민들도 덩달아서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환경부가 나서서 매년 기념행사를 이어가고 있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는 별걸 다 이념화하고 진영논리로 일관합니다. 씁쓸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사정과는 별개로 유엔에서는 환경관련 여러 산하 기구가 나서서 매년 다양한 행사를 하고, 보고서도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을 제안한 배경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정점에 도달하였던 중국 발 미세먼지 문제를 국제협력을 통해서 해결해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중일 환경회의에서 동아시아의 연간 미세먼지 배출 책임을 논의한 결과 중국의 책임이 30%를 넘어선다는 점에 동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임은 연간 평균하였을 때의 상황이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로 한정하면 중국의 책임은 압도적입니다. 유엔도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주로, 미세먼지)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국제협력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오염의 문제를 되새겨보기 위하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기 중에 미세먼지는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보고, 대기 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와 대응책을 최근에 발간된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기의 조성 물질'로서의 미세먼지
사람들이 하늘이라고 부르는 대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종류의 기체와 고체입자 및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구대기는 기체가 지구 중력을 받아서 우주로 탈출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고도까지입니다. 지표에서 대기 끝까지의 높이는 대략 1000㎞입니다. 대기가 이렇게 높고, 대기에 존재하는 기체의 총 질량은 5.14x 10의 15승 톤이나 되는데 공기의 90% 이상은 대류권이라고 불리는 대기의 맨 하층에 존재합니다.
고체(먼지와 얼음)와 액체(구름방울)의 양이 적을수록 낮에 하늘은 더욱 파랗게 보입니다. 대기와 지표(육지와 바다의 표면)는 생물학적 과정(식물과 동물의 호흡), 화산폭발, 강수과정과 증발 등으로 끊임없이 물질(기체, 액체, 고체)을 주고받습니다. 또한 대기 내에서도 기체들 간에 화학반응이 발생하여 새로운 기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대기오염 물질인 초미세먼지와 광화학스모그(오존)도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하여 생성되고 소멸됩니다.
미세먼지 중에서 크기가 2.5㎛(1000분의 1㎜)이하인 것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릅니다. 초미세먼지의 약 3분의2는 공장 굴뚝이나 차량의 배기통에서 배출된 기체(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및 암모니아)들이 대기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생성됩니다. 기후위기를 만들어내는 주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와 대기오염물질(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오존 등) 및 폭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수증기 등은 대기의 총질량에서 차지하는 양은 이처럼 매우 적은데, 실제 대기에 존재하는 양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크게 변합니다.
반면 대기에 많은 양이 존재하는 주요 기체들의 농도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기체로 질소분자(78.08%), 산소분자(20.95%), 아르곤(0.93%)이 있습니다. 이들 3가지 기체의 농도를 합하면 약 99.96%나 됩니다. 이 외에도 대기에서 농도가 변하지 않는 기체로 네온, 헬륨, 수소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까지 합하면 99.999%나 됩니다.
대기의 조성 물질로서의 미세먼지는 '에어로졸'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대기 중에 있는 크기가 작은 고체 입자와 물방울(구름과 강수 입자가 아닌 것)을 가리킵니다. 에어로졸은 오염된 도시의 대기와 연관시켜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에어로졸은 인간 활동만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도 많이 발생합니다. 전 지구 육상에는 평균적으로 1㎤의 공간 속에 에어로졸이 1,000개 정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숨을 한번 쉴 때마다 약 1,000㎤의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1분에 약 1백만 개의 에어로졸이 폐 속으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하루 24시간 동안엔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에어로졸)를 흡입하는 셈인데, 대기오염 농도가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들을 처리해내는 인간의 폐는 그저 감탄을 부릅니다.
대기오염의 피해와 대응대책
화석연료와 저질연료의 사용 그리고 기후위기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대기 환기 기능의 약화가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겨울철 난방만이 아니라 여름철 고온화로 냉방에너지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심각한 대기오염의 문제가 여름철에도 예외가 아닌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대기오염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공표하였는데, 공기 중에 섞인 미세먼지 입자는 폐질환을 비롯해 뇌졸중, 심장질환 등을 시작으로 인체의 모든 장기에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2021년에 출간된 State of Global Air 보고서(HEI와 UNICEF 공동 발간)는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매년 810만 명에 이른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 스위스의 PSI 연구소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큰 피해를 주는 이유는 미세먼지가 갖는 산화잠재력(oxidative potential)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인체가 미세먼지로부터 받는 악영향의 정도는 미세먼지의 양 만이 아니라 미세먼지의 산화 잠재력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산화 잠재력'이란, 인체에 포함된 항산화제 양을 미세입자가 얼마나 손상시킬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미세먼지의 산화 잠재력이 인체의 항산화제를 감소시키고, 그에 따라 세포와 조직이 산화돼 인체 손상을 입게 됩니다.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물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효과와 반대되는 능력인 셈입니다.
연구진은 미세먼지의 산화 잠재력은 주로 목재 연소에서 배출되는 유기성 에어로졸과, 차량의 도로 주행 시에 발생하는 차량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에서 나오는 금속 배출물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일수록 더 많은 양의 미세먼지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산화잠재력이 더 높은 미세먼지에 노출됩니다. 도시지역의 미세먼지는 시골지역의 그것보다 훨씬 더 인체에 해롭다는 말입니다.
유해한 공기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성인들보다 더 큰 피해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린이가 대기오염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오염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면 성인기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이가 적은 어린이일수록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에 유전자 변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 영향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에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2020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어린이의 93%, 약 18억 명이 이런 유해한 공기에 노출되어 있고, 선진국 어린이도 25% 이상이 대기오염에 노출된 탓에 면역체계 장애와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의 발생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의 산화잠재력을 높이는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도시의 도로에서 발생하는 오염원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타이어의 마모를 줄이는 도로 포장재 기술, 마모가 덜한 친환경 타이어의 개발이 요구됩니다.
아울러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미세먼지 노출 억제를 위한 보건학적 배려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유치원과 학교 주변 도로 관리에도 보다 큰 비중을 두어야합니다.
대기오염 물질은 전 세계 어디에서 발생시켰던 간에 대기대순환으로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갑니다. 그래서 자국의 노력만으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국제협력이 필수불가결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제안한 ’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이 유엔의 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 날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가는 데에 우리나라가 앞장서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문화국가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까요?
김해동은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