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이 없지만…별천지 보게 될 것" 김태리 '정년이', 편성 논란 딛고 출사표[종합]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MBC와 편성 과정에서 법적 분쟁 중인 tvN 신작 '정년이'가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어렵게 첫 방송 소식을 알렸다.
tvN 새 주말드라마 '정년이' 제작발표회가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와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이 참석했다.
오는 12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송되는 tvN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이날 정지인 감독은 "1년 넘게 준비한 작품이 드디어 나오게 됐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리는 "행복하게 준비했고 열심히 촬영해서 '정년이'라는 드라마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앞서 MBC가 '정년이' 제작사를 상대로 '업무상 성과물 도용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근거로 가압류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전액 인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초 MBC 편성 예정으로 알려진 '정년이'는 기획 개발 과정에서 제작비 등의 문제로 이견을 빚다 제작사들이 MBC보다 높은 제작비를 제시한 CJ ENM 계열 스튜디오드래곤을 택하면서 편성이 최종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연출을 맡은 정지인 PD도 MBC를 퇴사했다.
정지인 감독은 편성 과정에서 MBC와 이슈가 있는 점에 대해 "사실 정리가 안 된 문제들이 있는 걸로 저도 알고 있다. 저는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적인 이슈도 있다보니까. 방송이 잘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전향을 선택한 과정에 대해서는 "사실 작품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이 작품을 어떻게 해야할지. 같이 일했던 배우들과도 소통하며 그들과 어떻게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무사히 방송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에둘러 답했다.
또한 원작의 주요 캐릭터 '부용이' 삭제에 대해 원작 팬들의 큰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부용이는 '정년이' 원작 웹툰에서 정년이의 첫 번째 팬이자 퀴어 코드 등 주요 서사를 담당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드라마 각색 과정에서는 캐릭터가 통째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정년이와 부용이의 서사를 기대했던 팬들 사이에서 여러 논란이 일었다.
정지인 감독은 원작에 있는 부용 캐릭터 삭제에 대해 "사실 부용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것으로 안다. 제가 대본을 봤을 때부터 결정을 앞뒀던 상황이다. 저도, 작가님도, 원작 작가님과 상의 과정에서 12부작이라는 회차 안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집중시켜야 할지.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상의하다보니 부득이하게 삭제하게 됐는데 그건 저도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하지만 매란국극단이나 다른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실 부용이가 가진 상징성이 원작에서 가장 컸는데, 당연히 팬의 정체성, 퀴어 코드의 정체성, 주체적인 여성으로 나아가는 정체성이다.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는 저희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작가님과 상의하면서 현장에서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나름대로 담아본 부분이 있다. 지금 얘기하면 스포가 되기 때문에 드라마로 보시면 아실 것 같다"고 밝혔다.
주인공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를 비롯해 숏컷 변신에 나선 정은채까지 배우들은 이번 작품을 위해 국극, 사투리 등 다양한 변신에 나섰다.
김태리는 "이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소리 수업을 시작했다. 꽤 긴 시간 수업을 받았다. 전 드라마 끝나자마자 무용과 전라도 목포 사투리, 무대 연기에 대해서 열심히 연습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은채는 "언젠가 한번 큰 변신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자연적으로 운명적으로 온 것이 정년이였던 것 같다. 외형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저도 극단의 한 멤버로서 많은 부분을 처음부터 걸음마 떼듯 준비하고 연습했다. 특히나 무대 위에서는 완성형의 주역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 걸맞은 무대 장악력이나 스케일을 여유롭게 연기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머리가 긴 상태로 대본을 봤는데 제 모습이 확 와닿지는 않았다. 보면서 캐릭터에 매료가 됐고 잘 해볼 수 있겠다. 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원작의 정년이 캐릭터는 실제로 영화 '아가씨' 속 김태리가 연기한 숙희 캐릭터가 모티프가 됐다고.
김태리는 "웹툰을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정년이'란 작품이 드라마화 될 줄 모르고 접했다. 보통은 주인공을 따라가며 읽지만 그게 제 얼굴로 읽히진 않는다. 이건 이상하게 제 얼굴과 제 말투로 읽히는 부분이 많더라. 나중에 알게됐을 때 작가님이 그렇게 모티프를 하셨다고 했을 때 '아!'하고 생각했고 너무 감사했고,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그랬나"라며 출연 결정에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던 그는 "인물의 외형적인 묘사 뿐 아니라 이 친구가 배우가 되려고 했다는 점, 무작정 꿈을 향해 달려나갔다는 점이 저 스스로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마음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지만 그래도 드라마 나름의 화법을 사용해서 멋진 배우 분들의 얼굴로 표현이 되니만큼 드라마로서 봐주셔도 원작 팬들도 너무 즐겁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라미란은 "어찌보면 원작과 가장 싱크로가 떨어지는 인물이다. 정말 대쪽같이 그려두셨더라. 저는 사실 원작을 다 보지 않았다. 보통 원작들을 잘 안 보는 이유가 제가 원작에 잠식당할까봐 사실 배제하고 나오는 대본으로만 보는 편이다. 원작에 나온 그림은 잊고 내가 매란의 단장 강소복이다 라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극 중 공연을 직접 해주면 안되겠냐는 요청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 저는 사실 여성 국극 자료들을 보면 되게 올드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다. 전쟁 직후에 문화가 오히려 활발하게 발전했다더라. 여성 국극 자체도 기존 판소리 패턴을 벗어나서 무대를 만들고, 지금의 현대 뮤지컬이나 오페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주 탄탄하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면서 훨씬 문화예술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정년이'가 공연을 만들 때 너무나 모던하고 세련되게 만들었더라. 너무 멋있더라. 저는 항상 지켜보는 캐릭터인데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너무 세련되게 잘 만들었다. 진짜 볼 맛이 나겠더라"고 말했다.
정지인 감독은 "원작 속에 있던 여성 서사는 저희가 벗을라야 벗을 수 없는 거다. 숨길 필요도 없다. 다만 좀 더 공감될 만한 보편화된 내용은 드라마적으로 추구할 부분이 있었기에 대중적으로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원작 각색하며 작가님과 상의하며 1950년대 여성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시절 사람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은채는 "'정년이'는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장통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러 관계가 나온다. 사재, 라이벌, 공생 관계 등 어떤 면으로 모두가 공감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라미란은 "여러분은 이제 별천지를 보시게 될 것이다. 별천지에서 가슴이 두근거리게 될 것이다. '정년이'를 기다리는 5일이 미치도록 느리게 갈 것이다"라며 "어쨌든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을 것이다"라고 비장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리는 "원작도 봤고, 창극도 봤고, 저희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그 모든 장르에서 너무나 아름다웠던 신들이 있지 않나. 그 신들을 우리 드라마에서 어떻게 만들었을지 보고 확인해주시길 바란다. 저희 드라마는 그 어떤 드라마도 가지지 않은 단일한 색채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어떤 색깔인지 꼭 방송을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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