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디젤 승용차의 몰락, 시장의 변화는 어디까지?
수입 디젤 승용차의 몰락이 예고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 디젤 차량 국내 판매량이 올해 1만 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67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1%가 감소했다.
한때 수입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황금기를 누리던 디젤차는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기조와 소비자 선호 변화로 인해 급격히 외면받고 있다. 당시 디젤 차량은 높은 연비와 강력한 토크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높은 점유율과 비교하면 현재의 3%대 점유율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수입 디젤 승용차는 2016년 13만2279대가 판매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19년에는 7만4235대로 10만 대 아래로 하락했고, 2020년 7만6041대, 2021년 3만9048대, 2022년 3만3091대, 그리고 2023년에는 2만2354대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디젤 승용차는 총 643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7%나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6,740대로, 전년 대비 65.1%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11월과 12월의 판매량을 더하더라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수입 디젤 승용차의 연간 판매량은 1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0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디젤차의 시장 내 비중도 눈에 띄게 축소되었다. 10월 수입차 판매 중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4.1%)에도 밀렸다. 올해 누적 점유율은 3.1%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디젤차의 추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소비자의 인식이 악화됐고, 글로벌 탈탄소화 트렌드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등장도 디젤차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2015년의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은 디젤차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으며, 이후 강화된 환경 규제는 디젤차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했다.
전체 시장에서도 경유차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국내 신차 등록에서 경유차의 점유율은 7.8%로 집계되었으며, 총 경유차 판매량은 1만1382대에 그쳤다. 수입 디젤차의 비중이 특히 큰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환경 규제와 더불어 소비자들이 경유차 대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제조사들의 전략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한 가지 특징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글로벌 성장세가 높아진 현대차·기아의 영향력을 피해 고가의 스포츠카나 럭셔리카 위주로 편성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국산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토요타 및 렉서스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하나 둘 모델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는 양상이다.
이제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디젤차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경유차의 감소세는 친환경 정책과 기술 발전의 압력 속에서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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