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4 적용된 개방형 블루투스 ‘오라캐스트’, 삼성이어 애플·LG로 협력 넓힌다

척 세이빈 블루투스SIG 시장개발 부문 이사가 13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블루투스SIG

‘다중 연결’ 방식의 블루투스 기술인 ‘오라캐스트’가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의 참여로 본격적인 생태계 확대를 시작한다.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형태와 유사하게 하나의 송신기에 여러 수신기를 접속해 오디오를 공유하는 만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거리무선 통신 기술인 블루투스의 차세대 표준을 개발하고 특허를 관리하는 비영리조직 블루투스스페셜인터레스트그룹(SIG)은 13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에 처음으로 오라캐스트 기술을 소개했다. 척 세이빈 블루투스SIG 시장개발 부문 이사는 오라캐스트의 기술동향을 발표하고 실제 적용 사례를 시연했다.

오라캐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단말기에 무제한의 수신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옆 사람에게 들려주려면 지금까지는 이어폰 한 쪽을 건네야 했지만, 오라캐스트를 활용하면 상대방의 이어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향상된 음질과 낮은 전력소모도 특징이다. 오라캐스트는 기존 블루투스와 달리 새로운 아키텍처인 블루투스 저전력(LE) 기반으로 개발됐다. 더 나은 품질과 성능을 구현하는 동시에 전력 소비를 대폭 낮췄고, 무제한 수신기를 연결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정식 명칭은 ‘오라캐스트 브로드캐스트’이며, 브로드캐스트(방송)처럼 기본적으로는 한 방향 통신 형태다.

오라캐스트가 구현되려면 송신기와 수신기, 보조기가 필요하다. 송신기는 음원을 송출하는 주체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 개인형 단말기나 공용 방송장비가 해당된다. 수신기는 음원을 받아 사용자에게 틀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이나 보청기, 이어폰을 활용할 수 있다. 보조기는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송신기가 존재할 때 꼭 필요하다.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 스마트폰에서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선택하는 과정과 유사하게, 내가 접속해야 하는 송신기를 찾기 위해 쓰인다. 오라캐스트에서도 스마트폰이 보조기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블루투스는 기본적으로 근거리통신에 맞춰졌기 때문에 큰 공간에서 오라캐스트를 활용하려면 별도의 증폭장치가 필요하다. 와이파이 공유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오라캐스트는 기존 블루투스에 공유 기능을 더한 간단한 개념이지만, 블루투스SIG는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용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가령 다양한 안내방송이 이뤄지는 공항에서 특정 개인에게 필요한 메시지만 듣기 위해 개별 탑승 게이트 방송에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오디오에 집중하는 상황이라면 공연이나 영화관, 강연 등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2 프로’  /사진 제공=삼성전자

오라캐스트가 대중화되려면 스마트폰이나 가전 제조사, 플랫폼 업체의 생태계 참여가 필수적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오라캐스트 도입에 나선 곳은 삼성전자다. 세이빈 이사는 “삼성전자는 오라캐스트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일부 플래그십 TV와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2 프로’에 오라캐스트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삼성전자 TV 하나에 최대 2개의 무선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었지만, 오라캐스트를 기반으로 접속되는 무선이어폰이 3개로 늘었다.

이어 올해 2월부터는 TV뿐 아니라 ‘갤럭시 S24’ 시리즈를 비롯한 스마트폰과 태블릿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졌다. 스마트폰과 가전, TV를 아우르는 연결성 경험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오라캐스트의 대표적 송신기 역할을 하는 TV 시장에서 18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켜온 사업자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TV 출하량은 3630만대 수준이다. 동시에 수신기로 활용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선두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가 추산한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2억2660만대에 달한다. 오라캐스트 확산에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블루투스SIG가 밝힌 오라캐스트 생태계 내 수신자, 송신자, 스마트폰 목록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와 애플, 소니 등도 오라캐스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참여가 본격화되면 오라캐스트 생태계 역시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 기업인 구글은 ‘구글맵’에 오라캐스트가 제공되는 공공장소를 별도로 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루투스SIG는 오는 2028년까지 매년 출하되는 오라캐스트 지원 단말기 수가 30억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7년에는 신규 스마트폰 90%에 오라캐스트가 지원되며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캐스트가 제공되는 공공장소 역시 5년 안에 250만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