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별의 부활 알린 벤츠 'GLC EV', S클래스급 안락함에 춤추는 뒷바퀴까지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의 '이름표'부터 '뼈대'까지 싹 갈아엎었다. 전동화 전략의 명운을 걸고 내놓은 '디 올-뉴 일렉트릭 GLC(GLC EV)'는 기존 EQ 시리즈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알부페이라에서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인 GLC EV를 만났다. 글로벌 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시승행사는 알부페이라를 출발해 스페인 세비야를 다녀오는 왕복 50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가파른 언덕과 와인딩 코스, 유럽 특유의 좁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골목길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GLC EV의 본질을 시험했다.

새로운 플랫폼의 핵심은 전기차임에도 2단 변속기를 탑재해 고속 주행 시 토크 저하를 막고 효율을 극대화한 점에 있다. GLC EV 400 4MATIC은 최고출력 360kW(약 490마력)를 발휘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715km에 달한다. 강력한 모터 성능과 효율적인 배터리 시스템이 결합돼 전 영역에서 지치지 않는 가속력을 보여줬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S클래스급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이식된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 기술이다. 중형 SUV임에도 노면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하며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질감을 선사했다. 세비야의 거친 노면 진동을 매끄럽게 걸러내는 실력은 동급 경쟁 모델을 압도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스페인 세비야의 악명 높은 좁은 골목길 주행도 인상깊었다. 낡은 돌바닥이 불규칙하게 깔린 좁은 길에서 최대 4.5도까지 꺾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은 마법 같은 기동성을 발휘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차 뒷부분이 안쪽으로 민첩하게 따라붙어, 덩치 큰 SUV임에도 소형차인 A클래스를 몰 듯 가뿐하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외관은 감각적 순수미를 바탕으로 브랜드 최초로 조명을 발산하는 아이코닉 크롬 그릴을 적용해 존재감을 키웠다. 보닛 위의 세 꼭지 별 엠블럼은 전통과 미래를 잇는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실내에는 99.3cm(39.1인치)에 달하는 심리스 MBUX 하이퍼스크린이 대시보드를 가득 채우며 압도적인 디지털 경험을 선사했다.

적재 공간 역시 실용적이다. 트렁크는 기본 620L에서 2열 폴딩 시 최대 1600L까지 확장된다. 골프백 3개를 가로로 싣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며, 바닥 하부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해 충전 케이블 등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실용성 측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확보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GLC EV는 벤츠가 왜 프리미엄 브랜드인지를 기술력으로 입증한 모델이다. 탄탄한 기본기에 최첨단 디지털 요소,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승차감을 더해 경쟁 모델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한다. 수도권 빌라 전세 수준의 가격임에도, 가장 벤츠다운 전기차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될 완성도를 갖췄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벤츠의 다짐은 GLC EV의 정교한 하체와 압도적인 주행거리를 통해 증명됐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한 이 차량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다.
알부페이라(포르투갈)=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