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그룹이 지주 차원의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나 구조 개편 대신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기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그룹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단독으로 선임했다. 은행 등 자회사 CCO가 그룹에서도 역할을 겸직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지주 차원의 독립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것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조직 확대라기보다 책임 구조를 재정렬하는 성격이 짙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강화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과 지주 차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보호 역시 개별 자회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의 관리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소비자 피해나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보다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첫 CCO에는 ESG경영부를 이끌어온 고원명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선임됐다. ESG와 이해관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해온 인물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소비자보호를 사후 대응이 아닌 그룹 경영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고 상무는 향후 그룹 공통의 소비자보호 기준과 점검 체계를 지주 중심으로 정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자회사 인사는 전반적으로 유임에 방점이 찍혔다. 같은 날 열린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11개 자회사 가운데 10곳의 대표를 1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재임 기간 중 성과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만큼 전략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우선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1기에서 구축한 체제를 2기에서는 흔들기보다 완성해 가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변화가 선택된 곳은 우리FIS다. 우리금융은 IT 거버넌스 개편 이후 리더십 전환과 조직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우리FIS 대표를 교체했다. 신임 대표로 추천된 고영수 전 우리은행 정보보호그룹 부행장은 디지털·핀테크·정보보호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사고나 정보 유출은 곧바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IT 계열사는 가장 높은 긴장도가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우리FIS 인사는 이번 개편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 임원 인사 역시 큰 틀에서는 연속성이 유지됐다. 재무부문은 곽성민 우리금융 재무관리부 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그룹 시너지 전략을 담당할 성장지원부문 상무에는 김병규 우리은행 본부장이 선임됐다. 글로벌전략부 신설과 사업성장부 재편도 이뤄졌지만 방향 전환보다는 기존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임종룡 2기의 성격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급격한 변화보다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같은 구조적 과제를 지주 차원에서 정리하며 안정적으로 그룹을 관리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새로 선임된 지주 CCO를 중심으로 그룹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고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에 따라 비은행 주력 자회사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에 힘쓸 계획"이라며 "새로운 진용을 갖춘 만큼 2026년 생산적 포용금융을 위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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