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 “혈세 받으면 자료 요구 응해야” 김경율 “노조, 민망할 정도”

세종=손덕호 기자 2023. 3. 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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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추진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노조 회계공시 기본적으로는 ‘자율’
‘MZ노조’ 측 “회계 공시 불필요한 갈등 유발 소지”
원주시청공무원노조 “조합비 어떻게 썼는지 아무도 몰랐다”
이정식 장관 “노조 재정 불투명하면 노·노 갈등”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총력 투쟁’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국가 보조금을 받은 경우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조 회계공시 ‘의무’는 아냐…자율 맡기되 세제혜택 만들어 유도

새로고침 노협 부의장을 맡고 있는 송시영 서울교통공사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관련 민·당·정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국가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라며 “이 부분은 (회계 자료를) 당연하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노조가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환수 조치를 하는 등 강경한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정부가 월권을 행사한다”고 했고, 민주노총은 “총력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협의회에서 노조 조합원 절반 이상이 요구하거나, 노조 내에서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노조가 의무적으로 회계장부를 공시하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조합원 요구가 없거나 노조 내 회계 관련 비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노조가 결산 서류 등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3분기(7~9월)까지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노조 회계 공시와 세제혜택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새로고침 노협 측이 당정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정책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송 부의장은 “회계공시는 노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보다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이 협의회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노총 탈퇴한 원공노 “민노총 간부, 유령직원으로 인건비 1600만원 받아가”

이날 협의회에는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이주환·김형동·박대수·지성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고용부 이정식 장관, 권창준 노사협력정책관이 자리했다. 민간에서는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자문회의’ 김경율 단장과 송시영 새로고침 노협 부의장, 원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원공노) 우해승 위원장·문성호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원공노는 상급단체 탈퇴 후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원공노의 전신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강원지역본부 원주시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21년 8월 24일 온라인 총회를 열고 찬반 투표를 거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전공노를 탈퇴했다.

그러자 전공노는 원공노를 상대로 ‘총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총회결의 무효 확인’ 보안 소송을 제기했다. 전공노는 본안 소송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본안 소송 2심이 진행 중이다. 원공노 측은 “독자 노조로 전환한 후 정상적 노조 활동마저 위협받을 정도로 전공노로부터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문성호 원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당정은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거대노조의 괴롭힘 방지 방안도 마련한다. 노조가 불이익한 처분이나 폭행·협박 등으로 노조 가입·탈퇴를 강요·방해하거나, 폭행·협박 등으로 다른 노조나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활동이나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문성호 원공노 사무국장은 “저희가 민주노총 산하에 있을 때, 민노총 간부가 저희의 유령직원으로 인건비를 1600만원 받아갔다”며 “피 같은 조합비가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조합원 모두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 회계가 모든 조합원에게 공개되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 국장은 “조합원의 뜻으로 (원공노가) 민노총에서 탈퇴한 후 1년 7개월 간 무자비한 소송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노조의 부당행위와 관련한 노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율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자문회의 단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경율 “다른 단체에 적용되는 것을 노조에도 적용하는 것”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 단장을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한국노총·민주노총이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반박했다.

그는 “노조 관련 회계 자료를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여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하는데, 노조와 관련된 보조금은 민망할 정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다른 공적단체에 적용되는 것을 (노조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 회계사는 “(어떤 단체가) 보조금을 신청할 때에는 수령하지 않더라도 (단체의) 재무제표를 제출한다”며 “제가 수십개 (노조에 대한 보조금 지원) 사업을 검토해본 결과, 재무제표를 사전에 제출한 것이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 재정이 불투명하면 횡령의 원인이 되고, 노·노 갈등으로 단결력이 약화돼 근로자 권익 보호에 어려움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 세대를 위해서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대립적 노사문화에서 벗어나 합리적 노사관계로 나아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효과적으로 근로자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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