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때문에 바뀐 ‘봄날은 간다’ 마지막 장면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 봄날의 벚꽃 아래 은수(이영애)와 상우(유지태)가 마지막으로 이별하는 엔딩은 한국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당초 허진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구상했던 원래의 결말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완성본과는 정반대의 구도였다.

본래 시나리오와 콘티에서는 이별의 순간에 은수의 앞모습과 상우의 뒷모습을 화면에 담아 두 인물의 이별을 연출할 계획이었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지 못하는 상우의 쓸쓸한 등과, 그를 뒤로하고 떠나야만 하는 은수의 표정을 카메라가 직접적으로 포착하려 했던 것이다.

이 여운 가득한 마지막 장면에 얽힌 비하인드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액터스 하우스에서 이영애가 직접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줬다.

은수라는 인물을 깊이 파고들었던 배우 이영애의 생각은 제작진의 계획과 달랐다.
이영애는 “원래는 여자 주인공 은수가 앞모습이었고 상우가 뒷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허진호 감독에게 이 구도를 반대로 바꾸자는 제안을 직접 건넸다고 밝혔다.

그녀가 구도를 바꾸자고 제안한 이유는 작품의 ‘여운’ 때문이었다. 이영애는 “은수의 되게 복잡한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오히려 뒷모습으로 남겨질 때 관객들에게 더 큰 여운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스크린 속 은수의 등을 보며 ‘저 여자는 걸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고 끊임없이 상상하고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인물로 남기를 바랐던 배우의 깊은 해석이 담긴 제안이었다.

허진호 감독은 이영애의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적극 수용했고, 결국 제작진은 현장에서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촬영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후 최종 편집 단계에서 이영애의 제안대로 상우의 앞모습과 은수의 뒷모습이 담긴 버전을 최종 엔딩으로 낙점했다.

이때 선택받지 못하고 삭제된 원래 버전의 은수 앞모습 결말은 이후 DVD와 블루레이 등 물리 매체의 삭제 장면 코너를 통해 공개되며 팬들과 만날 수 있었다.
개봉 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관객들이 잊지 못하는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이별 장면은, 단순히 감독의 연출력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극의 깊이를 더하고자 했던 주연 배우 이영애의 날카로운 예술적 직관과 제안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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