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인중개사, 채무 인수 관련 법적 조언 의무 없어”

이선목 기자 2024. 10. 13. 09: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채무와 관련한 법적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집을 팔았다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게 된 집주인이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 행위가 아닌 법률 사무"라며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채무와 관련한 법적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집을 팔았다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게 된 집주인이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채무의 법적 성격에 대해 조언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가 공인중개사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12일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울산 중구에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한국에너지공단과 보증금 2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공단과 계약을 유지하고 있던 채로 2020년 5월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를 통해 이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매수자 C씨에게 팔았다. 공단 보증금 2억원은 C씨가 갚고 나머지 차액을 받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씨는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인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보증금에 대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 채무를 매수인에게 넘기고 책임을 면제받으려면(면책적 인수)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C씨는 공단에 보증금 2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이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아파트는 결국 경매에 넘어갔다.

법인 임차인은 보험사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보험사는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내 2억원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A씨는 공인중개사 B씨와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권리관계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의뢰인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도인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에서 당연히 벗어날 수 없다는 법적 효과까지 고지하는 것이 중개 행위의 범주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채무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공인중개사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 행위가 아닌 법률 사무”라며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사·확인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