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98] 이란 고레스 대왕 묘
바빌론으로 끌려가서 반세기 넘게 노예살이를 하고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돈까지 쥐여준 인물이 바로 구약에 나오는 고레스다. 유대인들이 아주 존경했던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했던 고레스이다. 광대한 제국 통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범을 보여준 제왕이기도 하다. 그 노하우는 다문화 포용과 관용의 정책이었다.
그 관용의 하이라이트가 노예로 있던 유대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일이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시하는 인권(人權)에 대한 시금석을 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 다문화 관용 정책이라고 하는 제국 경영의 노하우를 알렉산더 대왕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더 나아가서는 로마의 카이사르에게까지 전수되었다고 한다. 서양 문명 리더십의 전형이 고레스인 것이다.
성경보다도 훨씬 상세하게 고레스(키루스)에 관한 제왕적 면모를 전해주는 책이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다. 헤로도토스도 독특한 인물이었다. 이를테면 신탁사관(神託史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역사의 변곡점은 신탁에 예시되어 있었다’는 관점이 신탁사관의 핵심이다. 인간의 팔자는 신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으며, 인간이 저 잘났다고 까불어 대면 신에 의해 두들겨 맞는다는 인생관이기도 하다. 리디아의 왕이기도 했던 고레스의 외할아버지가 신통한 예지몽을 잘꾸는 체질이었던 모양이다. 하루는 꿈을 꾸니까 딸이 어마어마한 양의 오줌을 누니 그의 도시가 잠기고 온 아시아가 범람하는 꿈이었다. 이 딸을 시집보내고 나서 또 꿈을 꾸었다. 딸의 생식기에서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더니 온 아시아를 뒤덮는 꿈이었다. 해몽가들에게 두 꿈을 해몽하니까 외손자가 자신을 대신해서 왕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외손자를 갖다 버려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신하가 말을 듣지 않고 몰래 키웠다. 나중에 결국 외조부를 제압하고 페르시아를 세웠던 것이다.
10년 전쯤 이란에 여행 갔을 때 페르세폴리스에서 30㎞쯤 떨어져 있는 평원 지대에 고레스의 무덤이 있었다. 대왕의 묘치고는 생각보다 작고 소박했다. 6단계의 돌계단이 있었고, 그 위에 주택 모양의 직사각형 석관을 얹은 형태였다. 전문가들은 돌계단은 동양 스타일이고 지붕 모양 석관은 로마의 무덤 양식이라고 한다. 후일 페르시아를 점령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고레스를 존중하여 훼손하지 않았던 무덤이다. 전쟁 중이지만 이스라엘도 이 무덤만큼은 폭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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