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서예가 있다…36년째 현강연서회 눈길

송신용 2025. 12. 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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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기인 36회 전시회로 또 한번 결실
5체·문인화 연말연시 마음 가다듬을 계기
화전 한현숙 작. [현강연서회]


SNS는 많은 것을 집어 삼켰다. 지난해 대한민국 노벨문학상 수상의 한 토대가 된 ‘문학동인’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대면을 기초로 하는 서예 역시 모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알아서 쓰고, SNS에 올리고 하면서 서여기인(書如其人)의 길은 멀어지고 있다.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는 데 SNS는 긍정적 기능과 더불어 더 많은 것을 함몰시켰다.

제자가 어렵게 쓴 글을 스승에게 가지고 가면, 선생은 붉은 색 붓 글씨로 하나 하나 수정하며 가르쳤다. 그런 멀고 먼 길을 걸어온 게 게 서예다. 중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흔히 서예는 서여기인이라는 말에서 보듯 인격 수양의 매체라고들 한다.

충청은 유학의 고장이거니와 서예의 본향이었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대표적이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손꼽히는 일중 김충현 선생은 6·25로 피난을 와 대전고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는 대전고 서예모임 ‘청묵회’로 이어져 서예 대중화와 후진 양성으로 이어진다.

그 DNA를 물려받은 게 현강 박홍준 선생이다. 대전예총 회장을 두 차례 하면서도 서예 외길을 걸어온 그는 온전히 서예의 삶을 살아왔다.

현강연서회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강연서회]


그래서 주목되는 게 매년 거르지 않는 현강연서회(玄江硏書會) 전시회다. 서예가 현강 선생과 그 문하생들로 구성된 서예 단체로 1986년에 시작돼 1988년 창립전을 개최한 이래, 대전 서예 대중화와 후진 양성에 힘써 왔다. 대전 지역 서예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고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현대적인 서예 미학을 탐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성원 대다수가 대한민국미술대전 및 대전광역시미술대전의 초대작가로 활동 중인 실력 있는 작가들로 구성됐다. 회원은 약 60명에 달한다.

현강 박홍준 작품. [현강연서회]


해마다 정기적으로 회원전을 개최하며, 스승과 제자가 함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른 여섯번째 전시회에서는 서예 5체와 함께 여러 문인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먼저 한현숙 부회장의 문인화는 ‘부엉이’가 눈길을 끈다. 어수선한 연말 세태를 넉넉한 듯, 용서하는 듯 하지만 날카롭게 잡아챈다. ‘젊은 날엔 정작 젊음이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박홍준)라는 글에서는 연말 마음을 다잡게 하는 기운을 준다. 관포 이덕희의 ‘필묵정신’은 예서에 5체를 녹여내 오늘 날의 우리에게 불꽃 같은 삶 같은 여러 시사를 준다.

전시회는 21일까지 대전 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송신용 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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