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바둑 잘 몰라 자세에 집중”... 조훈현·이창호 대결 그린 ‘승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승과 제자는 스물두 살 차이다.
스승이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면서 제자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이창호는 자기 바둑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방황하고 스승과 맞서기도 하나 결국 조훈현을 넘어선다.
조훈현이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공격적인 바둑을 두고 성격이 활달한 반면, 이창호는 상대가 질릴 정도의 수비형 기풍을 지녔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자에 무너지는 조훈현 섬세히 표현”
유아인 사건 등 영향 촬영 4년 만에 개봉

스승과 제자는 스물두 살 차이다. 스승이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면서 제자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아버지와 아들이나 다름없는 사이. 스승 조훈현은 세계 최강이다. 어린 제자 이창호가 어느 날 스승을 위협한다. 바둑계가 뒤집힌다. 영화 ‘승부’(26일 개봉)는 20세기 후반 한국에서 있었던 드라마틱한 ‘사건’을 그린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병헌은 “이런 실화가 어떻게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조훈현을 연기했다.
‘승부’는 바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나 바둑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누가 어떤 수를 두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지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천재 기사 이창호(유아인)가 스승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승부의 냉혹과 사제간의 정을 그리며 긴장과 인간미를 전한다. 이병헌이 “‘승부’는 바둑(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며 “저를 비롯해 (김형주) 감독님과 주연배우들도 바둑을 잘 모른다”고 말한 이유다.

이병헌은 바둑의 전문성을 파고들기보다 “두는 자세에 집중했다”고 한다. 실제 조훈현이 이병헌을 만나 조언한 것도 “아무렇게나 바둑돌을 놓지 말고 프로 기사처럼 해달라”였다. 이병헌은 “바둑돌이 바둑판에 착 달라붙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판을 집에 두고 아들과 오목을 함께 두며 바둑돌 놓는 연습을 했다”며 “바둑이나 체스 같은 게임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훈현은 우연히 마주한 열 살 소년 이창호(김강훈)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제자로 삼는다. 이창호는 자기 바둑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방황하고 스승과 맞서기도 하나 결국 조훈현을 넘어선다. 스승이나 제자나 드러내놓고 기뻐할 수도, 낙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둘은 한 집에서 같이 살며 함께 대국장을 오간다. 이병헌은 “조훈현 기사가 느꼈을 감정들을 어떻게 섬세하게 표현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훈현이) 첫 패배를 직감하고 담뱃갑을 움켜쥐는 모습이 있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욕심을 가장 많이 냈던 장면”이라며 “감독님에게 다시 찍을 수 있냐고 여러 차례 물어봤을 정도”라고 돌아봤다.

조훈현과 이창호는 사제지간이라고 하나 기풍과 성격은 정반대다. 조훈현이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공격적인 바둑을 두고 성격이 활달한 반면, 이창호는 상대가 질릴 정도의 수비형 기풍을 지녔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두 인물은 이병헌과 유아인의 세밀한 연기를 통해 스크린에 구체화된다. ‘승부’는 강약을 조절하는 능숙한 연출력이 두드러지기도 하나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많이 의존한다.

‘승부’는 묵은 영화다. 2021년 4월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개봉이 미뤄졌다. 2022년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불거지며 공개 시점과 방식이 아예 불투명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될 거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사연 많은 영화다. 김형주 감독은 지난 19일 열린 ‘승부’ 언론시사회에서 “긴 터널에 오래 갇혔다가 이제야 멀리 빛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유아인과의 연기 호흡을 묻자 말을 아끼는 모양새였다. 그는 “유아인과 처음 촬영을 함께했는데 그는 내내 과묵한 모습이었다”며 “돌부처란 별명을 지닌 이창호 기사 캐릭터에 빠져 있으려 애쓰는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성 산불' 청송으로 확산… 청송교도소 재소자 긴급 이감 | 한국일보
- "사무실서 일하다 불구덩이로"...진화대원·공무원 비극의 이면 | 한국일보
- "15세 소년과 사귀다가 아이까지 출산" 아이슬란드 아동부 장관 사임 | 한국일보
- 최여진 "7살 연상 돌싱과 연애, 악성 댓글 힘들어" 눈물 | 한국일보
- 전한길에게 '쓰레기'라고 욕한 절친 "내 장례식에 오지 마라" | 한국일보
- 서울 강동구 싱크홀 매몰 30대 남성 수습 "심정지 상태로 발견" | 한국일보
-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목전까지 온 산불... 안동시, 전 시민 대피령 | 한국일보
-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무너진 이유...미국의 가공할 정보 능력 | 한국일보
- 박연수 "딸 송지아 골프 지원 위해 집 처분→보험까지 해지" 고백 | 한국일보
- 5kg 증량에 걸음걸이 바꾸며 '아버지' 된 박보검 [인터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