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판결로, '극우' 폭스뉴스가 사라질 수 있다

윤수현 기자 2024. 9. 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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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언론 지형에 격변을 가져올 상속 전쟁이 시작됐다.

폭스·월스트리트저널·뉴욕포스트 등을 지배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장남에게만 언론사 지분을 상속하기 위해 법정 공방에 돌입한 것이다.

루퍼트 머독이 장남인 라클란 머독에게 지분을 넘기려 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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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보수 성향 장남에 폭스·월스트리트저널 승계 원하는 루퍼트 머독
민주당 지지하는 차남 등 세 자녀와 소송…"미디어와 정치에 광범위한 영향 미칠 판결"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지난 6월 다섯 번째 결혼식을 연 루퍼트 머독(왼쪽)과 폭스뉴스 로고. 사진=뉴스코프

미국 정치·언론 지형에 격변을 가져올 상속 전쟁이 시작됐다. 폭스·월스트리트저널·뉴욕포스트 등을 지배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장남에게만 언론사 지분을 상속하기 위해 법정 공방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폭스뉴스의 보수적 논조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일가의 승계 전쟁이 본격화됐다. 루퍼트 머독은 폭스·월스트리트저널·뉴욕포스트·더선·더타임스 등을 보유한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의 명예회장이다. 루퍼트 머독은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을 장남인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에게만 승계하기 위해 지난 7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네바다주 법원은 이달부터 심리를 시작한다.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은 1999년 설립된 머독트러스트가 지배하고 있다. 머독트러스트는 두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40%를 보유하고 있는데, 머독이 사망하면 이 주식은 4명의 자녀에게 상속된다. 현재 장남인 라클란 머독이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루퍼트 머독 사망 시 나머지 세 자녀가 라클란 머독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루퍼트 머독이 장남인 라클란 머독에게 지분을 넘기려 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 라클란 머독은 루퍼트 머독과 마찬가지로 보수적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차남인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은 진보적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있으며, 2020년 '편집 방향에 대한 의견충돌'을 이유로 뉴스코프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루퍼트 머독은 지난해 엘리자베스 머독(Elisabeth Murdoch)과 프루던스 머독(Prudence Murdoch)에게 '장남에게 의결권을 줄 수 있도록 동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법원 자료에 따르면 루퍼트 머독은 자녀들이 머독트러스트 지분을 고르게 상속할 경우 폭스뉴스의 편집방향이 바뀌고, 지배구조 갈등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머독 제국의 미래는 네바다 법원에 달렸다> 보도에서 “루퍼트 머독의 소원은 사후 큰아들이 미디어 왕조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미디어와 정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폭스뉴스가 극우 노선을 유지할지, 중도적으로 변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 보도에서 “루퍼트 머독 측근들은 라클란 머독에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된다면 사업 안정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루퍼트 머독이 승리한다면 라클란 머독은 아버지가 누려온 것과 같은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루퍼트 머독이 패소한다면 주요 결정을 둘러싼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임스 머독이 최근 루퍼트 머독 측에 지분 상속 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헤지펀드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는 최근 루퍼트 머독이 뉴스코프를 지배하기 위해 도입한 차등의결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루퍼트 머독은 이 제도를 활용해 뉴스코프 주식 14%만 가지고 4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스타보드 밸류는 최근 뉴스코프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창업자 자녀에게 차등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상속해 지배권을 확대해야 할 근거가 없다”며 “루퍼트 머독 자녀의 정치적 성향이 다른 주주들의 의견보다 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 보도에서 “뉴스코프 이사회가 스타보드 밸류의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2015년에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폐지하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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