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는 모델, 국내 시장에서는 3대를 뽑아볼 수 있다. 전기차로는 테슬라 모델 Y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다. 이들 모델은 국내 수입차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2024년 작년 초 출시된 E-클래스, 로드테스트팀은 E-클래스 최상위 트림 E450 4MATIC, E300을 동시 시승하며 그 차이점을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E200의 판매 볼륨을 확장하고 있다.

토요타 캠리 XLE의 시승으로 확인했듯 옵션을 덜어낸다고 차량의 가치가 급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상위 트림 모델이 갖추지 못한 활용성을 확보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주력 모델 E200을 살펴볼 차례다.
따스한 벨벳 브라운
벨벳 브라운 색상의 E200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전에 만났던 E450은 하이테크 실버 색상으로 도도하면서 차가운 이미지를 전달했다. 하이테크 실버는 특히 전면 범퍼의 날카롭지만 부드럽게 굽어진 곡선을 아름답게 표현했었다.

한편 E300에 입혀진 베르데 실버는 어디에서나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첨단의 E-클래스를 표현했다. 지금도 로드테스트팀 대부분은 베르데 실버 색상의 E-클래스를 마주치면 무척 반가워한다. 블랙/실버 위주의 다소 재미없는 색상 선택이 많은 국내 특성을 잘 알기에 과감한 선택을 한 오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다.

벨벳 브라운은 어퍼 미들 세단의 안락하고 따스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특히 차량의 성격을 선하게 비추는 매력이 있다. 하굣길 학교 앞에 서있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영상이 머릿속에 스친다. 휠 사이즈가 작아졌지만 차량에는 보다 중후한 감각이 실렸다. 덕분에 각 디자인 디테일 요소들이 위의 다른 색상들보다 두툼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살펴봐도 강남의 복잡한 도심보다는 유럽 어느 한적한 도시의 타일 노면 위를 천천히 지나다닐만한 포근한 느낌이다.

헤드램프와 그릴 사이를 채우는 블랙 하이그로시의 존재감은 베르데 실버만큼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벨벳 브라운이 어두운 계열의 색상이므로 비교적 자연스럽다. AMG LINE도 아니기에 측면 공기 흡입구는 간결한 형상이다.

측면은 작은 휠 사이즈와 두툼한 타이어 덕분에 늘씬함이 다른 트림 모델보다 강조되지는 않는다. 후면부도 간결한 디테일로 마감됐다. 머플러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담백한 인상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어색함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소한의 럭셔리만 덜어냈다
E200은 어떤 옵션들을 덜어냈는지 상급 모델인 E300 4MATIC AMG LINE과 비교해 보자. 우선 E200은 후륜 구동으로 4MATIC이 아니다. 어질리티 컨트롤 서스펜션은 E300과 동일하다. E300이 탑재한 20인치 휠 대신 18인치가 적용됐다. E200의 헤드램프는 디지털 라이트 대신 LED이며 어쿠스틱 글래스 또한 적용되지 않았다.

E200의 실내로 들어가 보자. 차량 문을 열면 부메스터 서라운드 4D 사운드 시스템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다. 대시보드 중앙부터 조수석까지 광활하게 이어지는 슈퍼스크린 대신 14.4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 디스플레이가 중앙에 자리한다. 또한 인테리어 트림은 아방가르드 사양으로 네바그레이 루프 라이너, 블랙 오픈 포어 애쉬우드 트림, 아티코 블랙 가죽이 기본 적용되며 유료 옵션으로 마키아토 베이지/블랙, 통카 브라운/블랙의 가죽 색상 트림 선택의 옵션만 주어진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슈퍼스크린을 탑재했다고 한들 사용 빈도는 얼마나 될까? 차분하게 정리해 보니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라이트의 부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행에 영향을 주는 사양은 E200도 모두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부메스터 서라운드 4D 사운드 시스템의 부재는 아쉽기는 하다. 실내에서 안락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E-클래스인 만큼 주행 중 멀티미디어를 즐길 때 만족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M254 싱글 터보 엔진 + EQ BOOST
E200의 제원상 0-100km/h 가속성능은 7.5초다. 지금까지의 많은 메르세데스-벤츠, AMG 모델을 경험해왔지만 마이바흐 이외에는 제원 가속 성능을 넘어서거나 적어도 동일한 기록을 내는 모델이 없었다.

E200도 마찬가지로 제원 기록보다 늦은 7.83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제동 기록은 최단거리 37.62m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줬다. 참고로 E300은 최단 36.92m, E450이 34.57m 대를 기록했었다. 출력이 높은 순서대로 제동 거리가 짧은 패턴이다.
승차감과 정숙성
E300 그리고 E450 4MATIC이 공통으로 탑재했던 245/40R20, 275/35R20 사이즈의 타이어, 휠 조합은 사실 외관에서 느낄 수 있는 미학적인 장점과 조향 직결감, 고속 안정성 이외 승차감 측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는 요철 충격의 상쇄를 담당하는 사이드 월의 길이가 짧다. 그렇지 않은 타이어보다 요철 충격을 더 빠르고 강하게 전달한다는 의미로 승차감에서 불리함을 가진다. 요철 충격만 아니라 잘 다듬어진 도로에서도 타이어가 회전하면서 노면의 입자를 긁어 나가는 감각이 강조되기 때문에 정숙성과 주행 질감도 좋지 않다.

전, 후 225/55R18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한 E200의 주행 감각은 E300보다 쾌적했다. 어떤 면에서는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E450보다도 우수한 측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주행 질감 측면에서 노면을 긁는 감각은 잘 억제됐다. E300의 주행 감각에 필터가 두텁게 덧씌워진 느낌이다. 물론 이들 모델에 탑재된 OE 타이어는 달랐다. E450, E300에게는 미쉐린의 여름용 타이어 e.프라이머시(e.Primacy), E200은 콘티넨탈의 여름용 타이어 에코 콘택트 6Q(EcoContact 6Q)를 쓴다.

기자 주변에는 제네시스를 타던 중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고려하다 주행 질감 차이로 마음을 접은 이가 있다. 하지만 이들 운전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주행 감각을 갖추고 있는 모델이 E200이다. 물론 E300, E450도 245/45R19, 275/40R19의 타이어 조합을 갖춘다면 더 안락한 승차감과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숙성 확인 결과 E200은 E300, E450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줬다. 모두 동일한 ISO 규격 인증 노면에서 계측한 기록인데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E450은 55.9dBA, E300이 56.4dBA의 수치를 기록한 반면 E200은 54.8dBA를 달성하면서 상위 트림 모델들보다 정숙성이 좋았던 것이다. 의외로 이유는 간단하다. 너비가 줄어든 타이어를 쓴다는 것.

부드러운 노면에서 이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면 사실 요철 대응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E200은 요철 충격을 더 부드럽고 뭉툭하게 다듬어냈다. E300, E450은 서스펜션 성능과 무관하게 빠르고 단단하면서 약간은 날카로운 감각으로 요철 충격을 운전자에 전달했었다. 이것이 큰 사이즈의 휠과 타이어가 갖는 숙명적 약점이다. 반면 E200은 일상 구간 영역 일부에서 상위 트림을 앞지르는 승차감을 내곤 한다.
안정성과 핸들링
한편 앞서 언급한 승차감 이외의 주행 안정성 요소에서 E200은 MRA2 플랫폼이 가진 단단한 강성에 서스펜션이 부담을 느낀다는 인상을 받았다. 급차선 변경 중 수축된 서스펜션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동시에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으로 인해 제동이 섞이며 후륜이 약간 튄다는 감각도 전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E200 운전자들은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E-클래스 전체 모델 기준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양립하는 가장 좋은 선택은 245/45R19, 275/40R19 조합일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정숙성 일부와 타협이 필요하긴 하다.

회전 관성에 대한 처리 능력은 상급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CLE, E-클래스가 공통된 감각을 지니는데 후륜의 미끄러짐도 일정하게 제어하기 무척 수월하다. 참고로 ESP를 끄면 약간 스포티한 수준으로 후륜의 움직임을 허용한다. 하지만 80km/h 기준 약 90도가량 카운터 스티어가 발생할 수준의 미끄러짐에서는 ON/OFF 상태 무관하게 ESP가 개입한다.

효율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E200은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정체가 지속되는 경부고속도로를 뚫고 우면산로 – 과천봉담고속도로 – 화성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약 60km의 여정에서 14.2km/ℓ라는 무난한 연비를 기록했다.

E200의 실계측 중량은 1813kg으로 E300 4MATIC 1911.5kg, E450 4MATIC 2093.5kg에 비해 가벼운 무게를 가졌다. 전후 중량 배분도 E300 53.44%, E450 54.47%인 반면 E200은 51.79%로 균형감이 좋다.

주행시험장에서 속도 100km/h 기준 동일 조건으로 계측한 연비는 E300 약 15km/ℓ, E450 약 16.2km/ℓ를 기록했다. E200은 당연히 이들을 효율면에서 압도한다. 무려 약 19km/ℓ를 달성한 것. 가벼운 무게와 합리적인 크기의 휠 사이즈를 갖춘 장점이 운전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좋은 예다.
내 삶의 일원으로 맞이할 기회
E200 아방가르드는 7500만 원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프로모션 등을 활용한다고 했을 때 약 1천만 원 가까이 할인이 되므로 실질적인 가격표는 6500만 원 정도다. (5월은 최대 1500만 원 내외 할인)
덕분에 E200은 수입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약 4508대의 E200이 판매됐다. 모든 E-클래스의 판매 실적은 8575대에 달한다. 참고로 작년 24년 9월 한 달에만 4937대의 E-클래스가 팔린 바 있다.

E200 아방가르드는 실용성을 중시한 트림이다. 실리를 추구하는 유럽적인 마인드가 가장 순수하게 깃든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로모션 등을 현명하게 활용하면 합리적인 조건으로 E200을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말이 되었을 때 라이벌인 BMW 520i와 얼마만큼의 판매량 차이를 보이게 될지 궁금하다.
오토뷰 | 전인호 기자 (epsilonic@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