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탄소 제로’선언…부산항 친환경 연료 거점 기회로
- 세계 친환경 선박 5년 새 4.7배↑
- 2027년 비중 66%로 상승 전망
- 항만 친환경벙커링 중요도 상승
- BPA·UPA 벙커링 업무협약
- 부산항 수요에 울산항 공동대응
- 해수부 ‘인프라 구축’ 펀드 신설
해운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선박’이다. 해운산업은 연간 약 10억 t의 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의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부산항의 탄소 배출원 비중을 살펴보면 선박 및 육송차량이 대부분(87.6%)을 차지한다. 지난해 7월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제로(zero)화하겠다는 목표를 채택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선박 연료가 전환됨에 따라 연료 공급망 변화도 불가피하다.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벙커링) 가능 여부가 항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로 떠오른 것이다.

▮친환경벙커링, 경쟁력 좌우
세계 1, 2위인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신조선의 대부분을 친환경 선박으로 발주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선박으로 선단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1월 현재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은 373척으로 5년 전인 2019년 79척에 비해 4.7배나 급증했다. 비중으로 보면 이달 기준 53%인 벙커C유 선박은 2027년 30%로 준다. 반면 12.3%인 친환경선박 비중은 2027년 66%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의 항로를 검토할 때 항만의 벙커링 여부를 최우선으로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국내 친환경 연료 생산은 계획단계로 국내 수급은 걸음마 수준이다. 특히 대체 연료 수요도 불명확해 민간업계가 벙커링 전용 선박, 항만 저장시설 등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주요 벙커링 항만에 비해 선박 연료 공급가격이 높아 선박연료 시장을 대폭 키우는 것도 제약이 있다.
현재 LNG 벙커링 전용 선박은 국내에 1척에 불과하고 공급 항만도 경남 통영항 1개소다.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 전용 벙커링 선은 아예 없는 상태다. 해외 항만들이 선박대선박(STS·Ship To Ship) 벙커링 실적을 꾸준히 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산항은 사실상 아직 벙커링이 안 되는 것으로 선사들은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제11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에 발제자로 참석한 김규봉 HMM 상무는 “탈탄소화 규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벙커링 준비가 안 되면 환적항으로서 불리하다. 선사 입장에서는 친환경 연료 벙커링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벙커C유 연료 공급 글로벌 허브는 ‘싱가포르’와 ‘미국’이다. 친환경 연료생산 능력 역시 유럽과 북미 등에 집중돼 있고 저장 유통 등 기반시설과 글로벌 공급망은 초기 단계에 있다. 싱가포르항 등 벙커링 선진항만은 시장 선점을 위해 공급망 구축 규정 마련, 국제 협력 등 전방위로 나서고 있어 우리도 대응이 시급하다. 특히 친환경 연료는 현재 주된 한 가지 연료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대체연료를 원료로 하는 선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어 더 까다롭다.
▮친환경연료 허브 도전 호기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전국에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울산항을 친환경 연료 공급 거점항만으로 지정해 2027년까지 LNG 최소 60만 t, 그린(청정)메탄올 23만 t을 공급하기로 했다. 울산항은 부산항과 50㎞ 떨어져 있어 대형 벙커링선을 통한 선박대선박(STS·Ship To Ship)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울산항은 연간 1억6500만 t을 처리해 국내 1위, 세계 4위 수준의 액체화물 처리 항만이다. 앞서 지난해 부산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는 지난해 친환경 벙커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산항 수요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다음 달께 실제 벙커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항만공사는 ▷벙커링 선박 항비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 ▷친환경 선박연료 관련 제도 및 규제 개선 ▷정보 플랫폼 구축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가스공사 통영기지는 공급 부족때 예비 공급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친환경 선박연료별 공급망 구축을 위해 우선 LNG는 선박용 천연가스요금제를 신설하고 직수입을 추진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그린 메탄올은 연료 공급 전용선박이 없고 선박 건조에도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연안 액체화물선의 연료공급 겸업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혁신한다. 현재 항만의 케미컬 인프라 탱크를 활용해 연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암모니아 및 수소는 현재 항만 인프라를 활용하고 향후 수요에 따라 항만 내 생산 및 저장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항만개발 단계에서부터 입지를 먼저 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조 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연료 인프라 펀드’(가칭)를 신설한다. 친환경 연료 공급선박 신조 때 선가의 10~30%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을 추진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투자 및 지급보증 등을 통해 친환경 선박연료 인프라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지난 17일에는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벙커링) 협의체’를 발족해 업계와 협력하며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산업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친환경 연료선박으로의 전환 시기를 부산항이 ‘친환경 연료 국제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탄소화 시대를 맞아 친환경 연료 관련 산업이 신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나선다면 공급 허브 도전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김근섭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장은 “해진공이나 부산항만공사 자회사를 친환경 연료 공급망과 벙커링 등을 전담할 기관을 선정하고 원(ONE)이나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선사와의 협력 등을 통해 거점항만 전략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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