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2026 AVC컵에서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올랐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인도 아메다바드 비어 사바르카르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지난해 대회 우승팀 바레인을 세트 스코어 3-1(25-23, 25-22, 23-25, 25-20)로 눌렀다.
이 대회에 2023년부터 출전해 2년 연속 동메달, 지난해 4위를 기록했던 한국이 이번에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라미레스 감독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바레인을 지휘했던 인물이라, 자신이 키운 팀을 상대로 결승행을 따낸 셈이 됐다.

한국은 전날 조별리그 최종전인 카타르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이날 경기에 나섰다.
세터 황택의, 아포짓 신호진, 아웃사이드 히터 임재영과 정한용, 미들블로커 최준혁과 박창성, 리베로 김영준이 그대로 코트에 섰다.
대회 기간 동안 황택의는 신호진과 임재영을 쌍포로 세우는 빠른 공격 템포를 구사했고, 정한용까지 에이스급 활약을 보이면서 세 선수가 균형 잡힌 삼각편대를 이뤘다.
미들블로커 조합도 최준혁과 박창성을 선발로 기용해 높이를 강화한 점이 대회 내내 유지된 전략이었다.
이런 준비는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카타르전 승리로 국제배구연맹 세계랭킹 24위에 오른 한국은, 이번 바레인전 승리로 랭킹 포인트 4.41점을 추가해 총 146.97점을 기록했다.
바로 위 23위 카타르의 147.27점과 격차를 0.3점 차이로 좁힌 수준이다.
숫자만 봐도 이번 대회가 단순한 토너먼트 한 경기가 아니라 랭킹 구도 자체를 흔드는 결과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바레인은 단순한 상대가 아니었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한국이 바레인에 발목이 잡혔던 전례가 있었고, 이번 상대는 지난 대회 우승팀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진 팀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날 승리는 단순한 4강 통과가 아니라 그간의 약점을 씻어낸 설욕전으로도 읽힌다.

1세트는 한국의 서브가 초반부터 매서웠다.
신호진의 서브 득점으로 4-2를 만들었고, 정한용의 파이프 공격과 박창성의 블로킹이 더해지며 9-6까지 점수를 벌렸다.
13-10에서 황택의의 페인트 공격이 통했고, 후반 정한용의 서브와 블로킹으로 24-21을 만든 한국이 먼저 세트를 잡았다.
2세트는 6-1로 시작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신호진의 공격이 살아나며 14-8까지 벌어졌고, 교체 투입된 임성진의 서브 타임에 최준혁의 블로킹이 나오며 21-13까지 격차를 키운 끝에 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는 양상이 달랐다.
초반 3-1로 앞서다 호흡이 흔들리며 3-5로 끌려갔고, 9-9 동점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후 11-10으로 다시 역전했지만 바레인의 맹추격으로 15-16, 19-20까지 쫓기는 접전이 이어졌다.
22-22, 23-23까지 균형을 맞췄지만 결국 상대 속공과 서브에 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2-1로 바레인이 따라붙었다.
4세트는 다시 한국의 시간이었다.
초반 1-3으로 끌려가다 최준혁과 신호진의 블로킹으로 4-3 역전에 성공한 뒤, 임재영의 대각 공격과 정한용의 결정력이 더해지며 15-11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후 신호진의 마무리로 20점 고지에 먼저 올랐고, 정한용의 연속 공격으로 22-17을 만든 한국이 25-20으로 세트와 경기를 동시에 마무리했다.
개인 기록으로는 신호진이 블로킹 3개, 서브 득점 3개를 포함해 26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정한용이 20점, 임재영이 12점, 박창성과 최준혁이 각각 9점과 8점을 더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3세트에서 한국이 흔들렸던 구간이다.
9-9, 22-22, 23-23까지 따라잡힌 흐름은 표면적으로 위기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한국이 동점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점수를 따라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세트는 내줬지만, 이 흐름은 4세트 초반 1-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역전할 수 있었던 심리적 바탕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공격 배분 구조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호진 한 명에게 점수가 쏠리지 않고 정한용과 임재영이 각각 20점, 12점을 채우면서 미들블로커 박창성과 최준혁까지 합산 17점을 보탰다.
이렇게 득점원이 분산된 구조는, 상대가 특정 선수를 집중 견제하더라도 다른 루트로 점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토너먼트 후반으로 갈수록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랭킹 포인트 변화도 짚어볼 만하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23위 카타르와의 격차를 0.3점까지 좁혔는데, 이는 이번 대회 성적이 단순히 트로피 경쟁을 넘어 향후 국제대회 시드 배정이나 조 편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라는 의미다.
대회 첫 결승 진출이라는 상징성과 별개로, 이 랭킹 포인트가 쌓이는 흐름 자체가 한국 배구의 중장기적 위치를 가리키는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라미레스 감독이 과거 지휘했던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는 점도 이번 경기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경기 종료 순간 감독이 코트에 무릎을 꿇고 마지막 득점을 올린 임재영과 포옹한 장면은, 단순한 4강 통과 이상의 무게가 이 승리에 실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28일 오후 10시 30분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준결승 승자와 맞붙어 대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3세트에서 보여준 추격당하고도 무너지지 않는 저력과, 4세트에서 확인된 다득점원 공격 구조가 결승에서도 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독자들은 한국의 첫 우승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의견을 남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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