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안하면 다 죽어"…허리케인 '밀턴' 플로리다 초근접에 美 비상
310만명 주민에 대피령…디즈니도 문 닫고 동물원 동물도 대피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동남부를 휩쓸고 지나간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더 강력한 허리케인 '밀턴'의 상륙을 목전에 둔 플로리다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현재 멕시코만을 가로질러 시속 26㎞ 속도로 북상중인 밀턴이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에 9일(현지시간) 밤이나 10일 오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NHC는 이날 성명에서 3등급 허리케인 밀턴이 "극도로 위험"하다며, 생명을 위협하는 폭풍 해일과 극심한 강풍, 홍수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보했다.
9일 오전 기준으로 밀턴의 풍속은 시속 249㎞이며, 강풍은 허리케인 중심에서 최대 45㎞까지, 열대성 폭풍우 강풍은 최대 205㎞ 지점까지 다다르고 있다.
밀턴은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4급 허리케인 헐린에 비해서도 더 강력하다. 헐린의 최대 풍속은 시속 220㎞, 최소 중심기압이 938hPa(헥토파스칼)이었다. 반면 밀턴의 최대 풍속은 285㎞, 최소 중심기압은 897hPa이었다. 다만 원래 5급 허리케인이었던 밀턴은 9일이 되자 기세가 약해져 4급 허리케인으로, 이날 밤에는 3급 허리케인으로 조정됐다.
허리케인센터는 탬파베이 남부의 안나마리아섬에서 보카 그란데까지 총 113㎞에 이르는 서부 연안 지역에 3m에서 최대 5m에 달하는 폭풍해일도 예고했다. 또한 그 강도가 허리케인에 달하는 강풍과 폭우로 인해 플로리다 중부에서 돌발적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2년간 최대 섭씨 32도에 달할 정도로 유달리 따듯했던 멕시코만 수온으로 인해 밀턴이 더 강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밀턴은 대서양에서 기록된 5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이었던 윌마(2005년), 길버트(1988년), 노동의 날 허리케인(1935년), 그리고 리타(2005년)의 뒤를 이었다.
지난달 헐린이 휩쓸고 지나간 플로리다는 밀턴의 접근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총 67개 카운티 중 15개 카운티에서는 의무적인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중에는 연안 저지대 지역인 탬파 대도시권에 사는 310만 명의 주민들이 포함된다. 탬파 지역은 지난 100년 이상 허리케인이 지나가지 않은 곳이다.
제인 캐스터 탬파 시장은 "저지대 지역에서 대피하지 않은 사람은 죽을것"이라고 경고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번 허리케인은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탬파 공항과 탬파 남부에 위치한 새러소타 공항은 8일 오후부터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탬파 동물원도 이날 코끼리, 홍학, 하마 등 1000마리의 동물을 안전한 구역으로 대피시켰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씨월드, 월트 디즈니,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 등 유명 테마파크도 9일부터 문을 닫았다.
플로리다 주민들도 헐린에 뒤이은 밀턴의 접근에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새러소타의 거리는 대부분 비어 있고 상점들은 문을 닫고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은 상태였다. 주민들도 대피 센터로 피신했다. 새러소타에서 수영장을 운영하는 랜디 프라이오어는 AFP통신에 "다른 폭풍이 지나가서 땅이 여전히 젖어 있고 아직도 복구하고 있다"며 "긴장된다"고 말했다. 탬파 주민인 루이스 산티아고도 "모든 것을 닫고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허리케인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리케인 이재민을 위한 자금이 이민자들을 위해 전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일 "거짓 정보와 거짓말을 무책임하고 무모하고 끊임없이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절박한 사람들이 받아야 할 지원을 받지 못할 정도로 그들을 오도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지도자로 여긴다는 것은 솔직히 위험하고 양심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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