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글로벌리서치가 올해 정기 임원인사의 초점을 조직안정과 연구, 인사(HR) 전문성 강화에 맞췄다. 1년 전 최윤호 사장을 중심으로 신설했던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 내 사업지원실로 흡수됐다. 이에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논쟁과 거리를 두고 연구 본업에 집중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1986년 출범한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후신이다. 그룹의 기업전략과 계열사 경쟁력 진단을 지원하는 동시에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핵심 산업 분석 △금리·환율·통상환경을 포함한 거시경제 전망 △조직·인재전략 연구 등 기업·산업·경제를 아우르는 종합연구기관으로 운영돼왔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이곳에서 나온 보고서가 정부 정책 검토에 폭넓게 참고된 전례도 있다.
다만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와 계열사 전략, 데이터 조직 확대 이후 연구 통찰이 현업 의사결정 중심으로 흡수되며 영향력은 예전보다 줄었다. 잇단 사법 리스크로 '삼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거시정책 리포트를 내는 것도 한층 조심스러워졌다.
이후 삼성글로벌리서치는 내부정책 설계와 연구역량 강화에 인사 방향을 맞춰왔다. 최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도 이의 연장선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1인, 상무 4인이 승진했다. 지난해 상무 2인이 배출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사장급 인선은 없었다. 승진은 연구와 HR 직군에 집중됐다. 이에 연구조직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인사였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유일한 부사장 승진자는 배노조 인재경영연구실장이다. 그는 1995년 삼성증권 인사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로 옮겼다. 2013년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에서 그룹 HR 핵심 보직을 거쳐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 연구소로 복귀했다. 2022년부터는 인재경영연구실을 이끌었다. 삼성 내부 HR 정책과 조직 설계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가 승진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 이후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인사·산업연구 기능 강화 중심 조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경영진단 기능은 삼성전자의 사업지원·전략집행 라인으로 완전히 이관되며 연구와 실행조직의 역할이 분리된 구조를 갖추게 됐다.

올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영진단 기능 분리 설치와 철수 타이밍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사장을 실장에 선임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의 중앙통제조직 복원 가능성이 집중 거론됐다. 연구조직에 진단 기능을 먼저 배치한 것은 통제조직 재건 논쟁의 전면화를 피하려는 완충장치로 읽혔다.
하지만 올해 10월 최 사장이 삼성전자 사업지원실로 이동하면서 경영진단실은 해체됐다. 진단 기능은 사업지원실 산하 경영진단팀으로 재편됐으며 팀장은 주창훈 부사장이 맡았다. 이후 경영진단은 삼성전자 내부 전략조직에서 투자 우선순위 조정과 실행 점검을 담당하는 구조로 안착됐다.
조직의 역할 구분도 다시 명확해졌다. 연구와 담론 생산은 삼성글로벌리서치가, 실행 검증과 전략 집행은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이 각각 담당하는 구도다. 이는 중앙통제 복원의 신호로 간주될 여지를 차단하고 정책 설계와 연구기능에 인사·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방향 전환으로 평가된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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