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수첩]조두순·박병화 … 성범죄자 이웃 고통 덜 해법은

한승곤 입력 2022. 11.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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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최근 선부동으로 이사하려다 주민들 극심한 반발로 취소
20대 여성 10명 성폭행한 박병화 … 화성 시민들 퇴거 촉구 집회
전문가 “성범죄자 양형 제도 다시 검토해야”
안산시여성단체협의회와 선부동 주민 등 60여명은 24일 안산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두순은 안산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이사를 앞두고 주변 이웃들의 극심한 반대로 이사를 포기했다. 조두순뿐만 아니라 최근 성범죄자들의 잇단 출소로 이들이 거주할 곳으로 알려진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책이 없어,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

24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조두순 측은 이날 자신이 이사하려던 선부동의 한 다가구주택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1000만원과 위약금 100만원을 돌려받았다. 그의 아내가 조두순을 '회사원'이라고 속여 계약을 하려다, 조두순의 신상이 드러나면서 계약이 취소됐다.

이에 앞서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은 조두순 부부가 계약한 다가구주택의 계단 입구를 쇠창살로 막고 계약 해지를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짐을 실은 1t짜리 화물차를 동원해 주택 입구를 아예 가로막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두순은 선부동으로 이사계획을 접고 당분간 지금 사는 와동의 집에서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도 조두순은 이달 초 인근 원곡동과 고잔동에서도 계약을 맺었으나, 신원이 알려지면서 번번이 계약이 파기됐다.

문제는 조두순 사례처럼, 이른바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갈등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3일 경기 화성시민들로 구성된 '박병화 화성퇴출 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박병화가 거주하는 원룸 앞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자진 퇴거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이날 "화성시민은 평화롭고 일상적인 삶을 원한다"며 "박병화가 떠날 때까지 말 그대로 '전쟁'을 선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과 학생들이 평화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아울러 법무부는 고위험 연쇄 성범죄자 수용 제도를 도입하고, 주거지를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화성시민들이 박병화가 입주한 원룸 앞에서 퇴거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화는 2002년 12월∼2007년 10월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화성 봉담읍 대학가 원룸에 입주한 뒤 지금까지 두문불출하고 있다. 현재 화성시민들은 박병화가 원룸에 입주한 지난달 31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퇴거 요구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또 연쇄 미성년자 성폭행범 김근식은 16년 전 범죄 혐의로 출소 하루 전 재구속됐다. 앞서 의정부 시민들은 김근식이 머물게 될 갱생시설 반경 2㎞ 이내에 7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다며 김근식의 입소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현재 안양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근식은 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된다. 김근식의 첫 공판 기일은 오는 12월 2일 열린다.

그런가 하면 성범죄를 저지르고 출소했지만, 아예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청주 지역에서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49살 이모씨는 올해 초 만기 출소했다. 이씨는 2006년 6개월간 7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러 15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그가 저지른 범죄에는 7살 여아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6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성범죄자 알림e'에서 이씨에 대한 신상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이씨가 범죄를 저지를 당시는 재범만 신상을 공개했고, 초범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은 2008년 2월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범죄 횟수와 관계없이 2000년 7월 이후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든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2년 전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성범죄자들의 잇단 출소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다른 나라에서는 성범죄자 거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엔 관련 규제가 없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포함한 신상 정보를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아동·청소년이 있는 지역 거주민들과 학교 등에 우편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다.

미국에서는 일명 '제시카법(Jessica Lunsford Act)'을 통해 출소한 아동성범죄자에게 평생 전자장치를 부착한다. 이어 학교 등 시설로부터 1000피트(약 305m) 이내 거주 제한을 적용해 재범 방지는 물론 지역사회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조두순의 경우 집 주변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 10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조두순의 움직임을 24시간 모니터링해 법무부,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재 국회에서는 아동성범죄자가 출소 후 갱생시설 거주를 희망할 경우 주변에 학교 등 어린이 보호시설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거주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전문가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성범죄자들의 양형 제도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외국의 경우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40년, 50년 형량을 내린다. 박병화 경우 올해 39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지금 양형 조건으로는) 현재 10년 정도 구속시키고, 출소해서 사회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양형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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