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생도 기억에 없는 9·11 테러... 美초등교가 23 주년 기리는 법

이철민 기자 2024. 9. 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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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 소방호스 메고 희생 소방대원 수 기리며 운동장 돌아
미 대학은 당시 태어나지도 않은 학부생이 대부분인 첫 해
본관 대학 잔디밭엔 희생자 기리는 3000개 성조기 꽂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였던 9ㆍ11테러가 발생한 지도 23년이 지났다. 2001년 9월11일 아침 국제 이슬람테러집단 알 카에다가 4대의 미국 국내선 여객기를 납치했다. 이 중 2대는 뉴욕시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과 남쪽 타워를 강타했고, 110층짜리인 2개 빌딩은 1시간 41분 만에 폭삭 주저앉았다. 또 다른 여객기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건물을 쳤고, 승객들과 납치범들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했던 마지막 한 대는 펜실베이니아주 생스크빌의 한 벌판에 추락했다.

4대의 탑승객 265명 전원과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주변에 있었던 2606명, 소방대원 343명, 경찰관 72명, 군인 55명, 테러범 19명 등 모두 2996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의 국적만 90개국이 넘었다.

그러나 이제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아예 당시엔 태어나지도 않았던 연령층 인구가 미국에도 많이 생겨났다. 대학 학부생에 이르는 세대뿐 아니라, 젊은 교사들도 9ㆍ11 테러에 대한 기억이 없다. 미국인의 30%는 테러가 발생한 2001년 이후에 태어났다.

인디애나주 설리번에 위치한 설리번 초등학교에선 4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을 3.43바퀴 돌았다. 4학년 교사 미아 무디는 지역 TV 방송에 “운동장을 돌면서 9ㆍ11때 숨진 소방대원 343명의 영웅적 희생을 기념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날 우리 소방대원, 구급대원, 경찰관들이 치른 희생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9ㆍ11테러 23주년을 맞아, 인디애나주 설비번 초등학교의 4학년 학생들이 성조기와 소방호스를 들고 운동장을 돌고 있다.

한 학생이 성조기를 들고 앞장 섰고, 나머지 학생들은 길게 소방 호스를 어깨에 걸쳐 나눠 들었다. 이 학교의 제시카 위트커낵 교감은 “어린 나이에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평생 기억하며 자부심과 애국심이 커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이 기억과 감정을 내면화해 평생 지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3대의 여객기가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둥이 빌딩과 펜타곤(국방부)에 충돌한 각각의 시간인 오전 8시46분과 9시3분, 9시37분에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카운티의 한 중학교 8학년(중2에 해당) 역사 교사인 매들린 커디. 2000년에 태어난 그는 지역 ABC 방송에 “9ㆍ11테러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내 임무는 이에 대한 역사가 계속 살아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커디에게 중요한 것은 그 당시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것을 어떻게 어린 학생들과 ‘연결’해 줄 것인가. 그는 “내가 아는 공항 이미지는 많은 보안 요원이 엄격하게 짐 검사를 하는 곳이고, 9ㆍ11테러 이전에 짐 검사가 그렇게 허술한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의 생생한 느낌 전달은 마거릿 펠드먼 교장이 맡았다. 그때 펜타곤 건물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중학교 교사였던 펠드먼 교장은 그날 아침에 느꼈던 혼돈과 공포, 슬픔, 그 뒤에 찾아온 미국인 전체가 하나가 되는 감정, 전세계가 미국을 지원하러 왔던 상황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펠드먼은 “어린 학생들이 그날 일에 대해 같이 흥분하고, 의미와 자신과의 관련성을 느낄 수 있게 진실되게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커디 교사는 또 학생들에게 당시를 기억하는 어른들이나 교사들에게 그때 어디 있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각각 물어서 알아오라고 독려한다. 그는 “그들의 여러 경험으로부터 다양한 각도에서 당시 테러를 기억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컴벌랜드 카운티에서 학교와 경찰, 소방대가 처음 함께 치른 9ㆍ11 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초등학생들이 거리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고교생 브라스 밴드가 행진하고 있다./팜빌 헤럴드

노스캐롤라이나주 컴벌랜드 카운티에서도 그동안 개별적으로 하던 9ㆍ11 관련 행사를 처음으로 합쳤다. 카운티 내 학교와 경찰, 소방대원, 응급대원들이 모두 참여해서 9ㆍ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거리 행진을 했다. 행진은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고교에서 끝났다. 행사를 주관한 컴벌랜드 교육감 칩 존스는 “카운티 전체가 함께 추모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에서도 올해는 학부생 전원이 9ㆍ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태어나지도 않은 연령층으로 구성된 첫해다. 새 학년도가 시작한 올해 가을 학기의 학부생은 2002~2006년생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각 대학의 학생들은 여러 형식으로 이날을 기념했지만, 이제 9ㆍ11 때 아예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로 학부가 채워진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위치한 가톨릭 계열의 듀케인 대. 일부 학부생들은 이 학교 칼리지 홀 앞 잔디밭에 3000개의 성조기를 꽂았다.

9ㆍ11 테러 당시 태어나지도 않은 학생들이 학부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듀케인 대에서 학생들이 교정 잔디밭에 희생자 수만큼의 성조기를 꽂고 있다./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2005년생인 2학년 학생 에바 히크먼은 지역 신문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에 “이런 기념 행사를 통해 그날 발생한 비극을 기억하고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며 “사람들은 늘 ‘결코 잊지 말라’고 하지만,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기억조차 없는 것을 잊지 않기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는 기억하지만, 이제 ‘이게 중요한 일인가’ ‘이게 기억할만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세대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펜스테이트) 교정에서도 비슷한 의식이 열렸다. 캠퍼스의 오래된 본관 건물 앞 잔디밭에 빼곡히 성조기가 꽂혔다. 공화당 지지 학생들이 시작했지만, 이후 정파를 떠나 여러 학생들이 이를 도왔다. 9ㆍ11테러 때 살해된 이 학교 동문 10명을 기리는 조화도 헌화됐다. 연설은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총장과 주 상원의원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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