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로 함께 노래 불러요”
2학년 9개 반 207명 학생 참여
소통·공감 의미 되새기는 무대
수어로 ‘소문의 낙원’ 등 노래
청각장애인과 더불어 삶에 관심

“잠깐 앉아요/따뜻한 스프와 고기가 있어요/지친 나그네여”
무대 위 여고생들은 목소리 대신 아름다운 손짓으로 ‘악뮤’의 ‘소문의 낙원’을 노래했다. 틈틈이 배운 수어로 가사를 전달하며 노래를 마치자 객석에 앉은 학생들은 두손을 머리 위로 올려 반짝반짝 흔들었다. 박수를 대신하는 수어 동작이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시 북구 금호중앙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3회 수어음악제는 감동과 공감의 현장이었다.
매해 5월 합창대회를 열어온 금호중앙여고(교장 박영희)는 코로나19로 노래하는 게 어려워지자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수어음악제를 열고 있다. 학생들은 음악제 준비를 위해 수어를 배우며 자연스레 청각 장애인들의 삶을 마주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2학년 학생들은 반별로 발표곡을 정한 후 한 달여간 가사에 맞춰 손동작을 연습해 무대에 선다. 총 9개 반 207명의 학생들은 이날 비투비의 ‘그리워하다’, 이무진의 ‘비와 당신’, 소향의 ‘바람의 노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수어로 노래했다.
음향 기기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대 위 참가자들은 분주한 손짓으로 공간을 채웠다.
손가락이 제멋대로 꼬이고 한 박자씩 늦거나 나 홀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귀여운 실수’가 속출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무대 앞 담임 교사의 손동작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공연을 마쳤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랩 구간에서 학생들의 손놀림이 꼬일 때면 객석에서는 참았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날 심사석에는 광주시농아인협회 수어교육원 서도원 원장을 비롯한 4명의 청각장애인 심사위원이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서도원 수어교육원 원장은 “수어로 모든 가사를 표현하기 어려웠을 텐데 학생들이 노력해 준 게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며 “수어 실력을 떠나 한마음으로 노래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던 무대”라고 총평했다.
열정적인 무대가 막을 내린 뒤에는 아주 특별한 ‘7분 수업’이 이어졌다. 수어교육원 권은경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원포인트 수어 레슨’에 나선 것. 학생들은 서툰 손짓으로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사랑합니다’ 등 다정한 인사말을 배웠다.
학생들의 수어 무대에 대한 열정은 준비 과정부터 남달랐다. 지난 4월 말 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아침과 점심시간을 반납한 채 연습에 몰두했다. 특히 ‘소문의 낙원’을 선택한 4반의 열정은 단연 돋보였다. 최신곡이라 참고할 만한 수어 해석본이 없었지만 포기하는 대신 직접 수어 공식 사이트를 낱낱이 뒤져 가사 하나하나를 동작으로 옮기는 정성을 쏟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바다(18)양은 “수어로 노래를 표현해 보기 전까지는 노래가 귀로만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수어로 노래해보니 음악은 귀로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청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거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서희(18)양 역시 “비록 노래 가사로 배운 간단한 수어지만 나중에 청각장애인을 만나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 것 같아 기쁘다”며 “수어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단어의 이미지를 손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언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음성 언어를 통해 듣고 배우지만 세상의 수많은 단어를 수어로 배우는 청각장애인분들이 새삼 대단하고 멋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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