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여러 칩렛을 고급 패키징(CoWoS)을 이용해 연결하고 있고 이 기술은 매우 복잡해 현재로서는 TSMC 외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가 2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황 CEO는 '인공지능(AI) 발전에 있어 고급 패키징 기술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초미세 공정 사용해 칩을 만들고 있다"며 "이미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섰고 이 칩들을 고급 인터포저 안에 있는 인터커넥션과 전자 회로를 이용해 서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복잡한 구조"라며 자신도 계속 공부 중 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TSMC의 CoWoS 말고 삼성전자도 고급 패키징을 하고 있고 인텔은 뉴멕시코에 생산 용량이 여유가 있는데 이들의 기술은 대안이 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AI에서 고급 패키징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무어의 법칙'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다이에 효율적으로 넣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정체 상태에 왔고 그래서 찾은 해법이 바로 이 칩렛"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TSMC가 최초로 개발한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는 웨이퍼 위에 여러 칩을 미세한 간격으로 배치한 뒤 이를 기판에 다시 붙이는 고급 패키징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칩 간 신호 전달 거리가 매우 짧아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가까이 붙일 수 있어 AI·고성능컴퓨팅(HPC) 성능 극대화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 중인 SK하이닉스 역시 HBM4(6세대)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TSMC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간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까지는 자체 공정을 활요해 베이스 다이를 제조했으나 HBM4부터는 TSMC의 공정을 적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AI 동맹은 최근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앞서 황 CEO는 '컴퓨텍스 2025' 개막 첫날부터 SK하이닉스 부스에 깜짝 방문해 전시된 HBM4 샘플 제품에 'SK하이닉스를 사랑해', '원팀' 등의 친필 사인을 남겼다.

이날 행사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와 관련된 언급도 나왔다. 황 CEO는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다"며 "팩트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출 규제로 H20 제품을 출하할 수 없게 됐고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회사의 매출 전체에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 초기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거의 95%였지만, 현재 50%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낮은 사양 제품을 판매해야 했고 많은 수익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전 세계 AI 연구자의 50%가 중국에 있고 우리는 그들이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AI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딥시크 모델은 엔비디아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건 우리에게도 세계에도 선물이었다"고 덧붙였다.
황 CEO가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은 대중 반도체 규제 등으로 엔비디아의 손해가 막심한 데다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엔비디아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중국용 H20의 재고·구매 약정·준비금 등과 관련해 최대 55억달러(약 7조6800억원)의 손실을 실적에 반영할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황 CEO는 엔비디아가 H20 칩보다 더 낮은 성능 버전을 중국에 새로 출시할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H20이나 호퍼 아키텍처는 더 이상 추가로 성능을 낮출 방법이 없다"며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쓸모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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